매일신문

[주목 이책!] 모든 것은 빛난다

모든 것은 빛난다/휴버트 드레이퍼스'숀 켈리 지음/김동규 옮김/사월의 책 펴냄

현대인들은 실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치열한 현실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이를 악물고 싸우고 있지만 내 안 깊은 곳에서는 알 수 없는 분노와 우울감이 한없이 들끓는다. 미국 철학계의 거장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하버드대 철학과 교수 숀 켈리가 쓴 이 책은 어디에도 든든하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우리의 일상과 매일처럼 겪고 있는 삶의 불안, 무기력증, 허무에 대해 정면으로 의문을 던진다.

저자들이 던지고 있는 질문은 단 하나다. 우리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찬양하는 '개인의 자율성'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자아'는 우리 삶에 무슨 의미를 가져다주는가? 개인이 어떤 외적 강제도 없이 스스로를 책임지고 자유와 행복을 구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데카르트와 칸트 이래, 그리고 프랑스 인권선언 이후 인류의 신성불가침한 이상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저자들은 아니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허무와 우울의 시대적 병증은 '자율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라는 그릇된 신념이 최종적으로 봉착한 지점이라고 한다. 인간은 자율적 존재이기에 홀로 의미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삶의 피로감을 넘어 심각한 허무주의, 의미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이 책의 저자들은 개인들이 이렇게 살지 않아도 각자가 성스러운 존재로서 충분히 의미 있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빛나는 서양 고전들을 다시 읽어냄으로써, 어떻게 인간의 삶이 고대의 성스럽고 빛나는 경험 세계로부터 창백하고 우울한 피로 사회로 떨어져 버렸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세상의 무수한 신들이 던져주는 의미의 순간들을 만끽하고 감사함으로써 성스러운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424쪽, 1만6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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