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정보기관 수장

미국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CIA) 국장 자리에는 다양한 경력의 인물들이 임명된다. 안보와 방첩이 주요 역할인 기관의 특성상 군인 출신들이 많으며 외교관, 정당 지도자, 기업 경영인 출신도 적지 않다. 이들 중에는 정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대통령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 전공 분야에서 두드러진 능력을 보여 발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부의 위협이나 국가적 위기 사태를 제대로 감지 못해 낭패를 겪은 CIA 수장도 여럿 있다.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의 스탠스필드 터너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의 조지 테닛 CIA 국장이 이에 해당한다.

터너는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카터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카터와 해군사관학교 동기였던 터너는 최우등으로 해사를 졸업한 후 승승장구, 제독이 되었으나 정보 업무에는 경험이 없던 인물이었다. 테닛 역시 재임 중 2001년 9'11 테러를 막지 못했고 이라크의 대량 살상 무기 정보 조작 논란 등으로 비난을 받았다. 테닛은 의회의 국제 분야 전문가로 명성을 쌓은 후 빌 클린턴과 부시 정부에 걸쳐 자리를 지켰으나 CIA의 위상에 흠집을 내고 말았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터너와 테닛처럼 정보기관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일했던 점은 비슷하지만, 정보기관 수장이 된 이후 본연의 업무 외에 정치 개입 논란까지 빚고 있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국정원장이 됐으나 대선 댓글 사건에 이어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재임 중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몰랐고 국정원 요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침입했다가 적발되는 수모도 겪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공개한 데 이어 10일에는 국정원 대변인 성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한 것으로 함부로 해석, 다시 한 번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육군 참모총장 출신인 그가 군과 국정원의 차이를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그러는 것인지 궁금하다. 국정원장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점이 드러났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그를 신임하고 있으니 어두운 과거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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