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사병

오랜시간 열기 노출, 체온조절 기능 상실 '생명 위협'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열사병 피해자가 잇따르고 있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10일 대구 달성군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40대 일용직 근로자가 열사병으로 숨졌다. 이날 하루 경북에서만 4명이 폭염 피해를 입었다. 일본에서도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폭염 탓에 6월 중순 열사병으로 3명이 숨졌고, 긴급 이송된 사람만 1천500명을 헤아린다. 4, 5월 낮기온이 45℃를 넘긴 인도에서도 두 달 새 열사병 등으로 숨진 사람이 500명을 넘어섰다.

매년 여름철이면 열사병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이 잇따른다. 흔히 일사병으로 착각하는 열사병은 발병한 상태에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30~50%에 이르는 무서운 증상이다. 누구나 더운 날씨에 오래 돌아다니는 게 좋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나는 괜찮겠지' 하고 방심하는 사이 자칫 열사병에 걸리게 된다.

◆구역질, 어지러움에다 헛것이 보이기도=열사병은 열과 관련된 질환 중 가장 심각한 단계로, 일사병보다 훨씬 위험하다. 인체는 스스로 체온, 심박수, 호흡수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너무 뜨거워지면 인체는 땀을 흘리고, 갈증 신호를 머리로 보내 물을 마시게 한다.

그러나 이런 신호를 무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도 없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보내면 몸 안에서 열을 식히는 과정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한다. 결국 몸은 탈수상태에 빠지고 구역질이나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적절한 휴식과 수분 섭취가 안 되면 몸은 더 이상 땀을 배출해서 열을 식힐 수 없게 된다.

결국 열을 빼낼 수 없다 보니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된다. 이로 인해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가기 시작하면 여러 위험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만큼 체온이 올라가면 열에 의해 내부 장기들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특히 열에 약한 두뇌는 뇌세포의 단백질과 생체막들이 파괴되기 시작하고 기능을 잃어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킨다.

중추신경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발작, 경련, 섬망(헛것이 보임)이 오고, 말이 어눌해지며 의식을 잃기도 한다. 호흡이 느려지거나 빨라질 수 있고, 혈압은 떨어지며 맥박을 빨라진다. 아울러 열은 인체 각종 장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내부 장기들의 근육 세포와 혈관을 파괴해 급격히 신장이나 간의 기능이 떨어지며, 심하면 숨질 수 있다.

◆증상이 보이면 서늘한 곳에 휴식해야=열사병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운동성 열사병으로 더운 여름날 뙤약볕 아래서 운동을 하거나, 군대에서 훈련을 할 때 곧잘 발생한다. 젊고 건강한 탓에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기고 초기 증상들을 무시하다 보니 오히려 열사병에 걸리기 쉽다.

비운동성 열사병은 노인이나 어린이, 만성질환자에게 잘 생긴다.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격렬한 활동이 없어도 주변 환경의 뜨거운 열기만으로도 충분히 열사병이 일어날 수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학과 성애진 교수는 "열사병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복통, 근육통, 구역질, 구토, 두통, 어지럼증, 쇠약감,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리거나 땀이 줄어드는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고 했다.

만약 주위에서 열사병이 의심되는 환자를 보게 되면, 가장 먼저 몸을 식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 지나치게 꽉 끼거나 불필요한 옷은 벗기고, 환자의 몸에 물을 뿌린 후 바람을 이용해 열을 식혀줘야 한다. 아울러 119에 신고해 가능한한 이른 시간 안에 병원으로 옮겨 적절한 처치를 받도록 하는 것이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열사병을 예방하려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가볍고 밝은 색상의 옷을 입고, 공기가 잘 통하는 소재가 좋다.

카페인과 술은 탈수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줄여야 한다.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에는 심한 활동을 피하고,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자주 휴식을 취한다. 무엇보다 피곤함, 어지러움, 구역질 등의 증상과 함께 두통이 생기면 시원한 곳으로 옮겨 물을 마시며 쉬는 것이 가장 좋다.

##열사병은?

뜨거운 날씨에 너무 오래 노출돼 우리 몸이 체온조절 기능을 잃고 체온이 40℃ 이상 오를 때를 열사병이라고 한다. 체내 수분이 부족한 상태여서 땀조차 흘릴 수 없게 된다.

##응급처치 이렇게

열사병 증상을 보이면 우선 그늘에 편하게 눕힌 뒤 찬 수건 찜찔이나 선풍기 등으로 체온을 낮추는 게 급선무다. 발의 위치를 약간 높이고, 물을 조금씩 천천히 마시게 한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학과 성애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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