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더위보다 더 짜증나는 정치권 막말

귀태·당선무효·히틀러…언어폭력·구태정치 비판

무더위로 숨통이 막히는 요즘, 정치권의 막말이 불쾌지수를 더 높이고 있다.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까지 의심케 하는 '수준 이하' 발언이 속출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라고 표현해 원내대변인에서 물러났지만 민주당발(發) 막말은 숙지지 않았다.

14일 세종시 홍익대 세종캠퍼스 국제연수원에서 열린 '정치공작 규탄 및 국정원 개혁 촉구 충청권 당원 보고대회'에서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는 "옛날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 박씨 집안은 안기부, 정보부와 왜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 이제 끊어달라"고 했다. 또 "이제 국정원과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달라.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당신'이라 지칭하고선 "자꾸 (국정원 정치 개입을) 비호하고, 거짓말하면 오히려 갈수록 당선무효까지 주장할 수 있는 세력이 자꾸 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국민의 뇌리에 많이 남아있는 자리에서 활동해 온 사람들은 끝까지 말을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고, 외교적으로 국격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돌아가신 분과 자꾸 싸우려는 모습들이 좀 안타깝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앞서 13일에는 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홍준표 경남지사를 '히틀러'에 빗대 표현해 비난을 샀다.

국회 공공의료 정상화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김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증인 출석을 거부한 홍 지사 고발에 반대하자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한 홍 지사의 독단적 판단은 히틀러가 나치 세력을 결집하고자 유대인을 집단 학살한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를 희생양 삼아 폐업을 정당화한다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며, 유대인을 희생양 삼는 식으로 비슷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더 강조했다. 같은 당 김용익 간사조차 "김 의원의 발언은 내가 보기에도 지나친 표현이었다"고 중재하고 김 의원도 유감을 표명하면서 수습됐다.

스스로 정치쇄신을 부르짖던 19대 국회의 막말 파문이 이어지면서 '입단속'부터 나서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는 '박근혜 그×' '홍어○' 등의 발언이 나왔고, 노무현정부에서 한나라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을 '등신'이라 표현한 적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별명은 '쥐△△'였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달라진 국회, 갑 권력 내려놓기를 주창하던 국회가 최근 들어 막말 국회로 전락하고 있다"며 "선정적인 말로 국민의 관심을 끄는 구태 정치시대는 이미 끝났고 국회의원의 막말은 갑의 언어폭력"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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