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촌 한옥마을' 부러웠나요? 대구 종로에도 한옥 있죠

손미숙씨 종로골목서 보존사업

손미숙 씨는 대구 중구 서문로 중앙초등학교 옆 골목에 위치한 한옥과 일본 적산가옥을 레스토랑과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손미숙 씨는 대구 중구 서문로 중앙초등학교 옆 골목에 위치한 한옥과 일본 적산가옥을 레스토랑과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2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로 종로초등학교 옆. 한옥과 일본식 가옥 형태로 된 적산가옥 등 3채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도자기를 모아둔 창고와 주택으로 사용됐던 세 건물은 이달 말 레스토랑과 게스트하우스로 새롭게 탄생한다. 한옥과 적산가옥의 뼈대는 그대로 유지하고, 겉옷만 낡은 헌 옷에서 깔끔한 새 옷으로 갈아입혔다. 이름은 '판'이다.

대구 중구 서문로에 판을 벌인 주인공은 손미숙(53'여'대구 중구) 씨다. 손 씨는 "해외여행에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은 호화스러운 호텔이나 백화점'상점만 가득한 번화가가 아닌 그 나라의 전통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가옥과 옛 골목길이다"며 "대구 골목길에 남아있는 한옥에 새 옷을 입혀주는 것만으로 대구만의 관광 자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옛 한옥 등 전통 가옥이 대구 도심 풍경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낡고 오래돼 흉물처럼 방치됐던 전통 가옥들이 새 단장을 통해 주변 풍경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것.

대구에는 옛 대구읍성 터를 중심으로 1천여 개의 골목길과 그 길 위를 지키는 전통 가옥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옛 한옥 등 전통 가옥들은 도심 개발 흐름에 휩쓸려 철거되거나 폐가처럼 방치돼 왔다. 일제강점기 때 정치'경제 중심지였던 대구 중구 서문로도 마찬가지. 서문로를 가득 메웠던 멋스러운 전통 가옥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낡은 한옥 몇 채만이 옛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서문로의 세 전통 가옥도 지난해까지는 좁은 골목 안에 위치한 고물 창고와 허름한 한옥에 불과했다. 하지만 새 단장을 마친 낡고 볼품없던 한옥과 적산가옥은 어둡고 음침했던 동네 분위기까지 화사하게 바꾸고 있다. 주민 김복돌(75'여) 씨는 "사람들도 잘 다니지 않던 지저분한 골목에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면서 동네가 환해졌다. 수리가 끝나고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오가기 시작하면 동네에 사람 사는 분위기가 물씬 풍길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처럼 대구 도심 속 잊힌 골목길과 허름한 전통 가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례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한옥으로 지은 '임재양 외과 병원'은 대구를 방문한 여행객들 블로그에 올라오는 대구 관광자원 중 하나다. 이 병원은 한옥이라는 독특한 건축 양식도 주목을 받고 있지만 무엇보다 원룸 밀집 지역인 대구 중구 삼덕동에서 뚝심 있게 '한옥'이라는 전통 양식을 고수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병원을 중심으로 앞과 뒤 주변은 온통 원룸 건물이다. 다닥다닥 늘어선 높은 원룸 건물 사이에서 낮은 목조 건물에 널찍한 마당을 갖춘 이 병원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잠시 멈추게 한다.

대구 중구 진골목은 대구의 '한옥 마을'을 꿈꾸는 곳이다. 진골목은 해방 전후 대구 부유층이 모여 살던 거리로, 대저택들이 가득했던 곳이다. 하지만 도심 축이 동성로로 이동하면서 진골목의 대저택들은 시멘트가 발린 현대식 건물로 바뀌거나 빈집으로 남게 됐다. 그러다 올 3월 대구 중구청은 '진골목 살리기 대작전'에 나섰다. 지저분한 시멘트 담장을 고풍스러운 느낌의 고벽돌, 기왓조각으로 꾸몄다. 건물 외벽에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붙어 있던 간판들을 서예가의 붓글씨가 쓰인 고풍스러운 간판으로 바꾸었다. 오랫동안 폐가로 방치됐던 전통 한옥은 게스트하우스로 개'보수되고 있다. 칙칙했던 진골목이 발걸음 닿는 곳마다 예스러움이 넘치는 골목길로 재탄생한 것. 진골목에서 다기판매점을 운영하는 이화숙(82'여) 씨는 "낡고 오래된 한옥과 좁고 지저분했던 골목길이 새 단장을 하면서 상권을 되살리는 보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형구 대구 중구청 도시국장은 "한옥, 적산가옥 등 대구 도심에 숨겨진 보물들을 찾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발견된 보물들이 훼손되지 않고 보전'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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