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때로는 심해, 때로는 우주… 무한히 확장되는 공간 창조

김선희 대구미술관장에 듣는 쿠사마 야요이 전

대구미술관에 전시 중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Dots Obsession, 2013, mixed media, variable dimension
대구미술관에 전시 중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Dots Obsession, 2013, mixed media, variable dimension
쿠사마 야요이
쿠사마 야요이
김선희 대구미술관장
김선희 대구미술관장

세계적인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 초대전이 11월 3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쿠사마는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호주, 남미, 중국 등 전 세계를 무대로 60년 넘게 콜라주, 조각, 퍼포먼스,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다.

이번 대구미술관 초대전에서는 45점의 대형 회화와 실크스크린 50점, 물방울무늬, 거울, 풍선, 전구 등 다양한 소재의 설치작품과 조각, 영상 등 작가의 대표적인 근작 20점을 포함해 총 11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대구미술관은 이번 초대전을 시작으로 상하이, 타이베이, 인도, 마카오 등에서도 쿠사마 야요이 순회전시회를 연다. 쿠사마 야요이 초대전이 갖는 의미와 감상 포인트를 김선희 대구미술관장으로부터 들었다.

-쿠사마 야요이 전시회의 의미는?

▶단언컨대 쿠사마 야요이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아티스트다. 그녀는 60여 년 동안 예술가로서 치열한 삶을 살아오면서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며 예술의 지평을 넓혀왔다. 84세의 나이지만 그녀는 조금도 지치거나 쇠락하지 않은 열정으로 신비스럽고, 직감적이며 파워풀한 감동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쿠사마 예술의 근원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쿠사마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가 10대이던 시절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중이었기에 어둡고 불안한 날들이 이어졌고, 개인적으로는 어머니의 체벌과 욕설, 냉대에 자살충동과 망상에 빠져 지냈다. 쿠사마는 어릴 때부터 편집적 강박증을 앓았는데 그녀의 지병과 예술은 서로 뗄 수 없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강박증이나 환각증은 곧 창작의 근간이 되었고 예술은 치유의 도구가 되었다. 지병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쿠사마는 가족문제, 생활고로 힘들었는데 예술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쿠사마의 예술과 삶은 일체를 이룬다.

-쿠사마 예술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녀의 예술은 모든 존재에 대한 생성과 소멸에 관련된 선험적인 세계로서 예술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우주의 카오스, 그 카오스 속에서도 규칙과 반복으로 인한 리듬이 담겨 있고, 중력을 거스르며 부유하는 시간과 때로는 깊은 심해가 되기도 하고 넓은 우주이기도 한 공간들을 만들어 낸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은 외연의 경계가 허물어진, 그래서 무한히 확장된 압도적인 공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쿠사마와 비슷한 경험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을까?

▶쿠사마 야요이의 최근 작업들은 파편화된 도상들이 마치 고대 신화나 벽화들의 서술 방식으로 재현되고 기록되어 있어서 무엇인가를 환기시키거나 상상을 충동질한다. 그녀의 작품들은 비록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이루어질망정 기존 예술의 재현적인 구조의 많은 요소들로부터 해방되어 있다. 무엇보다 언어를 초월하는 풍부한 의미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문화권이 다른 이방인들에게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작품들을 통해서 관람객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태고의 아이와 같은 심리상태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쿠사마는 84세다. 근황은 어떤가?

▶고령임에도 병원과 스튜디오를 오가면서 왕성하게 창작하고 있다. 그녀에게는 예술과 삶이 일체인 만큼 죽는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번 쿠사마 야요이 전시회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의미를 얻는 행복한 순례여행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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