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성률의 줌 인] '미스터 고' 김용화 감독

야구하는 고릴라…말도 안되는 상황에서도 감흥 메시지

김용화 감독은 흥행 불패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 패배를 모르는 감독이었다. 만든 영화마다 불패 신화를 기록한 감독으로는 최동훈, 강형철, 김용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세 감독이 연출하면 그 영화는 흥행한다. 충무로에서 이것은 어느새 공식이 되었다.

이 가운데서도 김용화는 특이하다. 최동훈이 다중의 나쁜 놈들이 등장해 범죄를 하면서 복수하는 상황을 매우 미스터리하며 서스펜스 있게 다룬다면, 강형철은 잔잔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차분하게 시작했다가 감흥으로 끝나는 유머 있는 멜로 드라마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김용화는? 그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든다.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 그가 이제까지 만든 영화를 보면 그야말로 황당한 상황에서 시작해 결국 말이 되게 만들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오! 브라더스'의 조로증 동생이 말이 되는가? 그런 동생이 영악한 형과 함께 떼인 돈을 받으러 다니는 것은 또 어떤가? 결국 형제의 우애로 마무리되는 뻔한 내용이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미녀는 괴로워'의 그 엄청난 성형수술이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김용화는 시치미 뚝 떼고 가능하다고 하면서 멜로적 감흥 속에 담아낸다. 그나마 실화를 소재로 한 '국가대표'가 현실성이 있는 영화지만, 오합지졸 청년이 국가대표 스키 선수가 되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멋진 시합을 벌이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 3편을 통해 3타수 3안타, 그것도 2루타 하나, 홈런 하나를 기록한 자신감 때문일까? 이번에는 정말로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을 영화로 재현했다. 그야말로 만화에서나 등장할 수 있는 상황.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서커스를 하는 15세 소녀 웨이웨이의 유일한 친구는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45세의 고릴라 링링이다. 야구광이었던 할아버지 덕분에 링링은 서커스보다 야구를 잘한다. 그 명성이 국외에도 알려져 링링은 한국 프로야구에 데뷔해 엄청난 활약을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황당할 정도이지 않은가? 나는 처음 영화 예고편을 보고 도대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더 나아가, 그런 이야기를 통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이것은 김용화의 극단적 자신감의 발로 같았다. 아니면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기도 했다.

완성된 영화 '미스터 고'는 야구 영화가 아니다. 스포츠 영화가 지니고 있는 공식과는 거리가 멀다. 고난을 극복한 후 다시 도전해 결국 최종 시합에서 승리한다는, 영화 중간에 어떤 깨달음과 이를 통한 성숙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고릴라에게 무슨 성숙이 있고 깨달음이 있겠는가? 이렇게 보면 '미스터 고'는 '국가대표'의 야구 버전이 아니다. '미스터 고'에 흥미진진한 야구 경기를 기대해도 안 된다. 그것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면 응당 실망할 것이다.

김용화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돈에 사람을 사고파는 프로 스포츠의 비정한 세계 이면에 있는 인간의 슬픈 운명과 자본주의의 폐해를 이야기한다. 고릴라까지 팔아 흥행을 하려는 계획이 무너졌을 때, 악명 높은 에이전트 성충수는 이제까지 자신이 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에서 해법을 모색한다. 속여서 팔아치우려는 것이 아니라 늙은 고릴라와 어린 소녀의 진한 우정을 보면서, 그들을 돈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시켜주려 한다. 이렇게 보면 '미스터 고'는 '오! 브라더스'의 고릴라 버전이다.

'미스터 고'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다룬 곳에 있다. 이 영화는 3D로 제작되었고 2D와 3D로 상영된다. 이 말은 2011년 '7광구' 이후 주춤했던 한국의 3D 영화가 이 영화를 통해 분수령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할리우드 영화는 꾸준히 3D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한국영화계는 엄청난 자본의 격차와 테크놀로지의 격차 때문에 '7광구'의 처참한 실패 후 함부로 제작하지 못했다. 그런데 흥행 불패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김용화가 자신의 제작사를 차려, 그러니까 자신의 거의 모든 것을 걸고 이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해서 이 영화는 한국 3D 영화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이 영화가 성공하면 앞으로 3D 영화가 연이어 제작될 수 있고, 실패하면 앞으로 한국영화계에서 3D 영화를 만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평가는 유보해야 할 것 같다. 몇몇 장면에서 3D 효과를 꽤나 실감 나게 구현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야구공이 화면에서 객석으로 날아오는 장면은 꽤 볼만하게 재현되었다. 그러나 관객의 눈높이는 이미 '아바타'에 맞추어져 있다. 그것과 비슷하거나 그것을 넘어서야 하는데, 그러기에 '미스터 고'는 힘이 달린다.

영화평론가'광운대 교수 rosebud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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