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에디슨과 백열등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백열등을 처음 발명한 사람은 토마스 에디슨이 아니다. 역사학자들은 에디슨에 앞서 백열등을 만든 발명가가 적어도 22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최초의 발명가는 영국의 험프리 데이비였다. 그는 가느다란 플래티넘 선에 전류를 흘리면 백열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1802년 발견해 냈다. 에디슨이 자신의 첫 백열등을 개발한 1879년보다 77년 앞선 일이다.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린제이는 1835년 전기로 계속 빛을 내는 방법을 처음 고안해 시연했다. 그는 당시 어둠 속 45㎝ 떨어진 곳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는 백열등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했다. 백열등 연구를 중단하고 무선전신 연구에 몰두했다. 백열등이 인류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를 깨닫지 못한 것이다.

영국인 물리화학자 조셉 스완은 백열등 연구로 에디슨에 앞서 특허를 받았다. 그가 진공 전구에 탄화 종이를 필라멘트로 이용한 백열등을 개발한 것은 1850년이었다. 그러나 이 백열등은 수명이 짧았다. 이내 내부가 새카맣게 타버렸다. 스완은 이를 보완해 1880년 마침내 특허를 받았다.

1878년 에디슨도 백열등 연구에 나섰다. 문제는 필라멘트를 어떤 재료로 사용할 것인가와 어떻게 보다 높은 진공상태를 유지하는가였다. 에디슨은 플래티넘을 비롯해 온갖 물질을 상대로 실험을 거듭하다 결국 탄소필라멘트를 택했다. 1879년 10월 22일 에디슨이 처음 개발한 전구는 13.5시간을 버텼다. 같은 해 12월 31일 에디슨은 1천200시간을 버틸 수 있는 백열등을 대중 앞에 선보였다. 처음으로 상용 가능해진 백열등이 등장한 것이다.

에디슨은 이를 근거로 1880년 미국 특허를 받았지만 순탄치는 않았다. 1883년 미국 특허법원이 에디슨의 특허가 앞선 연구에 근거한 것이라며 무효 판결을 내린 것. 에디슨은 이에 항소해 6년이 지나서야 다시 특허의 유효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영국에선 특허 분쟁을 우려, 스완과 같이 사업에 나서야 했다.

시대가 변하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발명품도 애물단지가 된다. 훨씬 에너지 효율이 높은 조명 수단이 등장하면서 백열등이 그리됐다. 내년부터는 백열등의 생산과 수입이 전면 중단된다고 한다. 어린 시절 골목길을 희미하게 비추던 백열등의 추억도 영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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