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직장인 패션에 변화 바람이 일고 있다. 특히 격식을 강조하며 패션에 고루한 감성을 가지고 있던 상당수 남성 직장인들이 요즘 과감하게 반바지와 샌들 차림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른바 '쿨비즈 룩'이다. 쿨비즈는 '시원하다'라는 뜻의 쿨(cool)과 '사업, 업무'를 의미하는 비즈니스(business)의 합성어다. 정장 재킷이나 블라우스 대신 간편한 옷차림으로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전력대란이 우려되는 올여름, 넥타이와 재킷을 벗는 것만으로도 체감온도를 2℃가량 낮출 수 있어 관공서와 기업체들이 쿨비즈 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한전 대구경북본부의 슈퍼 쿨비즈
이달 11일 오전 10시 27분,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본부. 갑자기 각 사무실의 불빛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천장의 형광등을 절반 이상 꺼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한전 대구경북본부 경영지원팀 오준호 대리는 "예비전력이 500만㎾ 미만으로 '주의단계'가 발령됐기 때문에 조명을 평상시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름철 전력난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지난해 한 차례 블랙아웃을 경험해 혼비백산했지만 아직도 시민들의 절전의식은 미흡한 실정이다.
한전은 다양한 절전 지침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무더위가 일찍 닥치면서 이달부터 한전에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전력난의 비상 단계는 준비단계-관심단계-주의단계-경계단계-심각단계 순서다. 주의 단계부터 긴급 절전과 공공기관 의무단전 조치가 시작된다. 심각단계는 블랙아웃이 불가피한 순환 단전조치가 취해진다.
이런 전력비상 절전대책의 하나로 요즘 한전 직원들은 '점심시간 1시간 앞당기기'를 실시하고 있다. 전력수요가 많은 피크 시간대를 피하려는 방안이다. 물론 엘리베이터 사용은 지난달부터 중단했다. 사무실마다 전력수급 현황판이 가동되고 있어 실시간 예비전력의 심각성을 지켜볼 수 있다.
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직원들의 옷차림도 간편해졌다.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아 부채는 기본이고 얼음팩까지 챙겨서 출근한다. 출근 옷차림도 반바지에 샌들 등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본사가 "이달 8일부터 직원들이 품위를 유지하고 단정한 모습을 갖추는 선에서 출'퇴근 시 반바지와 샌들 등을 허용하는 '슈퍼 쿨비즈'(Super Cool Biz) 복장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한전의 여름철 근무 복장의 기준은 이렇다. 셔츠는 노출이 심하지 않고 단정한 옷깃이 있으면 되고, 바지의 경우 무릎 위 5㎝ 이하로 노출이 심하지 않은 단정한 반바지를 착용할 수 있다. 신발은 보행 시 끌림 현상이 없는 뒷부분에 끈이 있는 신발이면 된다. 박쌍용(37'경영지원팀) 씨는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본사의 방침을 따라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니 마치 집에서 근무하는 듯 마음도 편안해지면서 업무 능률도 오른다"고 한다. 곽지영(31'전략경영팀) 씨도 "사무실이 더워서 여직원들도 자연스럽게 옷차림이 슬림해질 수밖에 없다"며 "무더운 여름에 남자 직원들의 넥타이와 긴소매 와이셔츠, 긴 바지 차림은 오히려 이상해 반바지와 샌들 등 가벼운 차림새가 이젠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포항시 쿨비즈 근무복
경북 포항시 공무원들의 근무복이 화사하고 간결한 쿨비즈 차림새로 변했다. 포항시는 무더운 날씨와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해 9월까지 시원한 반소매 남방 차림으로 근무한다. 직원들은 시화인 장미를 소재로 한 짙은 청색, 하늘색, 다홍색 등 세 종류의 화사한 문양을 새긴 남방으로 멋을 내 민원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다른 지역 공무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박제상 포항시 자치행정과장은 "쿨비즈 룩은 포항을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여름철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실시하고 있다"며 "직원들은 물론 시민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이 때문에 포항시는 직원 간 일체감 조성과 근무 능률을 향상하는 한편 에너지 절약까지 거두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포항시는 올해 초부터 매주 금요일엔 '청바지 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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