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덥고 습한 날씨에 모기 극성…작은 불편 감수해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은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고 있고, 대구는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밤에는 열대야로 잠자기조차 힘들 정도이다. 이럴 땐 시원한 물놀이가 제격인데….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형님들로부터 캠핑을 가자는 연락이 왔다.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주말에 바로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경남 남해, 함께할 가족은 네 가족. 우리 가족이 선발대로 금요일 남해로 출발했다.
시원한 남해대교를 건너 수려한 남해 경관을 즐기며 달렸다. 오후 5시쯤 목적지인 남해의 사촌해수욕장 솔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몇 가지 어려움에 부딪혔다. 첫 번째 어려움은 더위와 습한 날씨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문제는 모기였다.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모기떼를 쫓아내기 위해 계속 움직여야 했다.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부푼 마음으로 멀리서 달려왔는데…. 시쳇말로 멘붕(멘탈 붕괴)이 찾아왔다.
후발대 형님께 전화를 걸어 모기퇴치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까? 여름철 야외에서 모기가 있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날씨가 습한 탓에 해안가의 끈적임은 캠핑 기분을 잡쳤다. 샤워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땀 냄새로 인해 달려드는 모기는 의욕을 꺾기에 충분했다. 모기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아내는 의욕 상실로 지쳐 있는 나에게 말했다. "그냥 짐 싸서 집에 갈까?"
순간 온몸의 힘이 쭉 빠졌다. 마치 권투선수가 시합 중 쉴 새 없는 잽을 허용하다 어퍼컷의 결정타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로기 상태로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잠시 멍하게 앉아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조금 떨어진 바닷가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발갛게 노을이 물드는 바다에 들어가 물장난을 치며 놀고 있는 것이었다. 수평선으로 떨어지는 해를 배경으로, 실루엣의 그림자 네 개가 바닷가를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고 있는 모습은 현재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니 있는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다시 힘을 얻었다.
"그래 자연에서 작은 불편함은 당연히 있을 수 있어, 그것은 우리가 자연에서 얻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것 또한 소중한 추억이고 배움이 될 것이야."
아내는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고, 난 모기떼가 들끓고 있는 솔밭으로 들어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반바지에 반팔, 그것도 땀에 절어 있는 나의 팔과 다리를 모기들은 무참히 공격했다. 아마 물리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물렸다. 짐 정리를 마쳤다. 다리와 팔이 상처투성이가 된 것은 불문가지.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텐트를 치고 짐을 다 정리하고 후발대 형님들이 도착할 즈음, 그렇게도 괴롭히던 모기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내가 너무 불쌍해 보여 모기들이 큰 인심을 쓴 건지, 아니면 배가 불러서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 극성이던 모기들이 사라지니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좀 전에 그렇게도 음산하게 보이던 솔밭이 지금은 해안가 바닷가에서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안락한 안식처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다소 늦은 시간에 도착한 형님들과 식사를 하고 조촐한 술 한잔으로 남해에서의 첫날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아이들은 바닷물에 들어가 물장난치며 놀았고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어른들은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또다시 모기떼가 극성일 텐데, 그냥 참고 1박을 더할 것인지, 아니면 해안가 끈적임을 씻어줄 계곡으로 향할 것인지….
회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결론은 월성계곡으로 고고 씽~.
손명수(네이버 카페 '대출대도' 부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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