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 카게무샤 EBS 세계의 명화 20일 오후 11시

'일본 영화계의 천황'으로 추앙받는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가 1980년 발표한 작품이다. 16세기 중엽 일본, 각 지방 영주들은 교토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때 젊은 '토쿠가와 이에야스'는 '오다 노부나가'와 동맹을 맺고 가장 강력했던 '타케다 신겐'의 군대와 대치하고 있었다.

영화의 제목인 카게무샤는 '그림자 무사', '가짜 무사'를 일컫는 말이다. 당시 각 영주들은 전장에 나갈 때 자신과 비슷한 외모의 가짜 영주를 데리고 나가는 위장 전술을 즐겨 사용했는데 그를 '카게무샤'라 불렀다.

덴쇼(天正) 원년 1573년. 타케다 신겐은 저격을 당해 최후를 맞이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3년 간 비밀로 하라는 유언을 남긴다. 신겐이 죽으면 전국의 판도는 바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동생인 노부카도는 신겐이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카게무샤'를 기용한다. 신겐의 카게무샤는 무식한 좀도둑이었지만 신겐의 소실들조차 그가 가짜임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카게는 점점 신겐보다 더 신겐처럼 행동한다. 무사들을 격려하고, 손자를 사랑하며, 인자한 영주로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전쟁에서 조차 동요되지 않는 의연한 모습으로 존재를 확인시킨다. 하지만 덴쇼 2년(1574)이 끝나갈 무렵 뜻밖의 사고가 발생한다. 신겐만이 다룰 수 있는 야생마 흑마에서 낙마하고, 신겐이 가지고 있던 칼자국이 몸에 없다는 사실이 소실들에게 들통나면서 그가 진짜 신겐이 아니라는 사실이 순식간에 퍼져나간 것. 결국 신겐의 적자 카쓰요리가 영주의 자리를 물려받고 카게는 부랑자 신세로 돌아간다.

이후 덴쇼 3년(1575) 봄, 카쓰요리는 군사 2만 5천명을 이끌고 전투에 나가지만 피해만 점차 늘어가는 불리한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지옥과 같은 전쟁터에서 전멸해 가는 타케다 군대의 뒤를 따라 '풍임화산(風林火山)'의 깃발을 펄럭이며 돌격하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카게였다. 러닝타임 179분.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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