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가 끝날 무렵이 되면 국회 본청 앞은 검은색 대형 세단이 즐비하다.
점심시간을 앞둔 정오 무렵 국회 의원회관 앞도 마찬가지다. 건물 입구쯤 의원이 모습을 드러내면 차에서 잠시 나와 기다리던 수행원은 재빨리 운행을 준비한다. 의원들이 한꺼번에 중앙 출입문을 나설 때면 이중'삼중으로 줄줄이 늘어선 차량 행렬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 금세 사라진다. 의원들의 차는 식사모임에서 지역 행사에 이르기까지 이동수단이자 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안철수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의 승합차 불법 개조가 문제시되기도 했다.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의 차, A부터 Z까지 살펴보자.
◆가장 선호하는 차는 에쿠스
대구경북 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는 현대자동차의 최고급 세단인 에쿠스였다. 대구경북 26명 의원 가운데 11명이 주로 운행하는 차로 에쿠스를 선택했다. 기아 카니발(7명), 현대 제네시스(4명), 기아 K9(2명)이 뒤를 이었으며, 현대 그랜저, 기아 베라크루즈도 각 1명의 선택을 받았다. 지역에서는 별도의 차량을 운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역 활동에서 대체로 많은 인원이 탈 수 있고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RV 차량을 선호했다.
차량을 선택하는 이유는 안전'편의성 외에 안정성이나 연비가 크게 고려됐다. 대형 세단이 편안하지만 기름 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디젤 차량을 선택할 때가 많다는 것. 리스비 지출 부담도 차량 선택을 좌우했다.
특이한 점은 KTX 정차역과 가까운 지역구 의원일수록 세단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반대로 경북 북부지역 의원들 가운데는 2~4개의 지역구를 한꺼번에 다녀야 해 승합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광림 의원(안동)은 "2주에 세 번꼴로 안동에 가는데 KTX가 다니지 않아서 차로 항상 이동한다"며 "한 달에 4천~5천㎞ 운행하다 보면 기름 값만 해도 150만원을 넘기기 때문에 디젤 승합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한성 의원(문경예천)은 리스비를 줄이기 위해 차를 바꾼 케이스다. 이 의원은 "매달 200만원 정도 드는 리스비를 지출하다 보니 그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2년 전 중고차를 구매했다"고 털어놨다.
이종진 의원(대구 달성)도 "리스하면 어차피 반납해야 하지만, 자가용으로 매입하면 오히려 할부금도 적다"며 에쿠스 차량을 선택, 구매한 이유를 들었다.
다만, 이병석 의원(포항북)은 "국회 부의장에게는 관용차로 에쿠스가 제공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수행원은 "급하게 이동할 땐 위법임을 알면서도 버스전용차로로 운행할 때가 있다"며 "그럴 때도 승합차가 유용하다"고 했다.
◆1년 운행기록은 6만㎞까지
의원들이 운행하는 차량의 평균 주행거리도 달랐다. 지역을 오갈 때 차량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주행거리가 길고, KTX 이용 빈도가 높을수록 운행거리도 짧은 편이었다. 지난해 초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홍지만 의원(대구 달서갑), 류성걸 의원(대구 동갑), 이종진 의원 등은 3만㎞ 정도, 이완영 의원(고령성주칠곡)은 4만5천㎞, 권은희 의원(대구 북갑)의 경우 6만㎞ 정도를 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 안에서 의원들은 대부분 전화통화를 한다고 답했다. 행사 참석 전 축사를 검토하거나 신문이나 책을 읽는 것도 차 안에서였다. 권은희 의원은 IT 기업가 출신답게 차 안에 무선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아이패드로 인터넷 포털 검색과 독서를 즐기는가 하면 심학봉 의원(구미갑)은 차 안에서 페이스북을 주로 한다고 한다. 원내대변인을 맡은 홍지만 의원은 차 안에서 소리 내 브리핑 연습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적인 통화도 대부분 차에서 이뤄진다. 한 수행원은 "대화 내용은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한다"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가 떠오른다"고 했다.
차 내부도 제각각이다. 행사 성격에 따라 복장도 달라지기 때문에 차 안에는 구두'운동화'정장'점퍼'체육복 등 갖가지를 구비해놓은 경우도 있었다. 급할 땐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경우도 많았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세단에 비해 좌석이 불편한 승합차를 이용하는 경우엔 좌석을 일부 빼는 방식으로 개조한 경우도 있었다. 김종태 의원의 9인승 카니발 차량은 현재 중간 좌석을 들어내고 운행하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안철수 의원의 불법 개조와 관련,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며 "도로교통공단 등에 문의한 결과 합법적인 개조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같은 이유로 거론됐던 이철우 의원의 경우 최근 김천에서 운행하던 제네시스 차량을 가져와 등록하고, 개조했던 카니발 차량은 원상복귀해서 매물로 내놨다. 개조 차량의 좌석 간격이 멀어 평소 안전에 위협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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