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13 한국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전국 중'고생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27.6%가 '잠재적 위험군'에 속했다. 전체 응답자의 7.6%는 전문적인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 '고위험군'이었다. 성별로 보면, 여학생 비율이 42.6%로 남학생 28.6%보다 훨씬 높았다.
대구시교육청 역시 역내 초'중'고 전체 학생 33만 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중독 검사를 실시했다. 결과를 보면, 일상생활에 장애가 있거나 금단 현상으로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특별 지도 대상자군'이 2만 2천 명(6.7%)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력이 높을수록 특별 지도 대상자 비율도 높아, 고등학생 11.3%, 중학생 10.5%, 초등학생 0.6%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두고 관계자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국회는 스마트폰의 보유와 이용을 학교 폭력과 게임 중독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인식하고, 학교장의 재량으로 교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교육청은 스마트폰 이용 습관 및 중독 예방을 위한 상담과 교육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혹자는 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 중독이 아동들의 체형을 망가뜨리기도 하니, 아동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부모에게 아동학대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대책을 들을 때면 어른들이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새로운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사실 스마트폰과 일상 학교생활의 장애 그리고 금단'비행 현상의 인과관계는 그 선후가 모호하다. 따라서 해당 청소년들을 스마트폰의 노예로 치부하는 접근 태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디지털 원주민'이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나듯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스마트폰은 필수품이다. 이들은 인터넷과 현실이 끊어짐 없이 연결된 이른바 '접속'된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심층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드러난 현상만을 두고 '훈계성 상담'과 '처벌성 사용 중지'를 답안으로 내놓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카운슬러인 유정식 씨가 펴낸 '착각하는 CEO'에 소개된 사례는 스마트폰 중독의 해결 방향을 다른 쪽에서 찾는 데 시사점을 준다. 콜센터의 생산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콜센터 두 팀을 골라 '커피 브레이크'를 정식 일과 속에 넣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을 비교해 보았다. 3개월 후 결과를 보니, '커피 브레이크'를 일과에 넣은 팀의 평균 콜 처리 시간이 최대 20%까지 개선됐다. '노는 시간'을 공식화했더니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여학생이, 그리고 고학력일수록 스마트폰 중독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해결해야 할까. 우선 여학생의 중독 이유를 수다 시간 부족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영국에서 방송된 '인생의 발자국'(The Human Footprint)에 따르면, 여성이 하루에 말하는 단어의 수는 6천400~8천 개로 남성의 2천~4천 개보다 최대 4배나 많았다. 이 조사는 여학생의 통제력 결핍과 스마트폰 중독의 인과관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메신저와 SNS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일방적 상담이 아니라 '수다방'일 수 있다.
다음, 고학력일수록 중독자가 많아지는 이유. 중'고 전환기인 중3과 고1 학생들 사이에 특별 지도 대상자가 많은 것을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진학 전후에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증가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통한 관계 맺기에 집착하게 된다. 이때 스마트폰은 정보 획득과 친구 관계 형성의 주된 매체로 기능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빼앗는 것은 역효과를 낳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바일 세상에서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하기 위한 '참여'와 '협력'의 훈련이다.
오늘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은 알라딘의 요술 램프와 같다. 중독을 방지하려고 '지니'를 빼앗으면 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모바일과 현실 세상을 연결하는 착한 '지니'를 많이 만들어 선택의 다양성을 넓히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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