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학철학자인 저자가 인문학자의 시각과 과학자의 관점으로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며 내놓은 결과물이다. 저자의 개인사로 흥미롭다. 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에 진학했으나 전공에 흥미를 잃고,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전공을 바꿔,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 들어간 뒤, 진화생물학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바꾸는 '호기심과 열정'을 발견하며 진화 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2010년에는 제1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대표적인 예로 든다. "애플의 창의성이 핵심 교양과 테크놀로지의 융합을 통해 나왔다는 이 비밀스러운 고백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물론 인문과 기술의 만남을 강조했던 사람이 어디 그 뿐이었겠는가? 스티브 잡스가 던진 말은 '인문학이 밥 먹여 주냐'는 천박한 기술주의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기획하는 과정에서 과학자의 방식을 벤치마킹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테이터 마이닝을 통해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저자 역시 컴퓨터에 저장된 에세이들을 모으고 분류해 그동안의 문제의식을 발견해 보려 했다.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인간에 관해 다섯 가지를 이야기한다. ▷탐구하는 존재(Homo scientificus) ▷따라하는 존재(Homo replicus) ▷공감하는 존재(Homo empathicus) ▷신앙하는 존재(Homo religiosus) ▷융합하는 존재(Homo convergenicus). 저자는 "이 다섯 가지가 과학이 나에게 가르쳐준 다섯 가지 가르침"이라며 "이 가르침이 얼마나 새롭고 재미있으며, 명쾌하고 깊은지는 온전히 독자들이 판단할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그는 "지금이야말로 과학이 인간탐구에 대해 답할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아기는 왜 어른의 행동을 따라하는지,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의 불행에 가슴 아파하는지, 왜 사람들은 신념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지 등 과학이 인간의 본성의 대해 말하는 대답을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 마지막에 '더 읽을거리'라는 코너를 통해 ▷아인슈타인, 피카소:현대를 만든 두 천재(아서 밀러) ▷다윈 평전(에이드리언 데스먼드'제임스 무어 지음)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지음) 등의 좋은 도서를 추천한다. 263쪽, 1만3천800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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