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국가기록원은 2주간이나 원본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양국 수장 간의 대화록 '실종 사건'이다.
대화록을 열람하고자 여야는 황진하, 김성찬, 김진태, 심윤조, 조명철(이상 새누리당), 우윤근, 박범계, 박남춘, 전해철, 홍익표(이상 민주당) 의원을 열람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들은 15, 17일 두 차례 경기도 성남 국가기록원을 방문했다. 시간만 보내다 허망하게 돌아왔다. 원본의 행방이 미칠 경우의 수는 이렇다.
◆원본을 못 찾는다면
정치권은 우리 정부의 복잡한 국가기록물 관리체계 때문에 원본을 찾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해외 토픽감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가 간 외교문서, 그것도 정상회담 대화록을 찾지 못한 데 대해 국내, 국외에서 대정부 불신이 크게 일 수 있다.
노무현정부는 국가기록원에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할 때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의 자료를 컴퓨터 파일 형태로 통째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의 문서시스템이 이지원 시스템과 달라 검색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지원은 '전자 지식정원'이란 의미로, 노 전 대통령이 만든 인터넷 통합관리 업무 시스템이다. 공무원이 일일이 결재를 받으려 줄을 서는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온라인 보고 체계, 전자게시판을 만들었고 문서의 생성, 결재, 기록까지 전 단계 처리 과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서 형식을 변환하는 과정에서 파일 형태가 달라지면서, 자료가 유실되면 검색이 안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임상경 전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장은 "민감한 비밀문서는 '별표(****) 관련'이라고 표기하거나, 날짜만 표기해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정부가 고급문서, 기밀문서의 분류작업을 소홀히 했거나, 쉽게 찾을 수 없도록 숨겼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다른 문서도 찾을 수 없느냐며 국가의 '기록 관리'에 총체적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대화록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진실공방은 '영구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여야 간에 책임 공방은 끝날 수 있다. 어느 한 쪽이 큰 상처를 입는 정치적 파장은 적다. 의문만 남을 뿐이다.
◆원본이 파기됐다면
며칠 간의 말미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국가기록원이 원본 자체가 없다고 밝히면 정치적 파장은 엄청나게 커진다. 국가정보원에는 대화록이 있는데 정작 있어야 할 국가기록원에 원본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화록이 언제 어떤 연유로 사라졌는지를 두고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 봉하마을 사저로 갔을 때 대화록을 누락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가기록원에 이관됐으나 대화록이 이명박정부에서 파기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여야 간 '전(前) 정부 폐기 의혹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대화록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단계가 되면 정치권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 국회에서는 청문회를 통해, 사정기관에서는 검찰 수사나 특별검사까지 가서 진실을 밝혀낼 수밖에 없다.
◆원본이 나타난다면
대화록 해석의 문제를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의 노 전 대통령의 뉘앙스, 표현 등에서 어떻게든 NLL을 포기하려 했다는 '행간'을 읽으려 할 것이다.
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 전후 각종 회의나 후속조치에서 노 전 대통령이 어떻게든 NLL을 지키려고 했다는 쪽의 근거를 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당시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한 현 정부의 사람, 즉 김장수 대통령 국가안보실장(당시 국방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당시 합참의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당시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당시 상황을 설명해야 할 처지에 이른다. 야권이 주장하는 것도 이들 '3인'이 그 누구보다 당시 상황을 알면서 왜 침묵하느냐는 것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