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11시 대구 북구 태전동 KT북대구지사와 관천초등학교 뒤편 도로는 화물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도롯가에는 '대형차량 야간 불법주차 단속'이라는 대구 북구청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화물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에 주차를 하고 있었다. 이 도로 근처 아파트에 사는 김모(60'대구 북구 태전동) 씨는 "밤마다 화물차 소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길 양쪽에 다 주차를 해 놓으면 도대체 다른 차량 운전자들은 어떻게 지나가라는 말이냐"며 불평했다.
17일 오후 11시 대구 북구 산격동 유통단지와 EXCO 주변에도 많은 화물차들이 도롯가에 주차돼 있었다. 일부 트럭과 트레일러 차량은 EXCO 옆 왕복 10차로 도로 중간에 조성된 화단 옆에 주차돼 있었다.
화물차들이 자신의 차고지가 아닌 일반주택가에 차량을 불법주차하면서 주변 주민들이 주차공간 부족과 소음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구청 등에서 지속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구 북구청은 주택가가 모여 있는 팔거천 주변과 호국로, 칠곡 IC 부근 등 구역을 나누어 오전과 오후 시간대마다 2, 3명이 한 조가 돼 화물차 불법주차 단속에 나서고 있다. 북구청 교통과 공무원 12명과 공익근무요원 9명이 단속에 매달리고 있지만 민원은 줄어들지 않는다. 북구청 관계자는 "여름이 되면서 특히 새벽 시간대 화물차 시동에 따른 소음 문제 등으로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화물차 야간 불법주차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화물차가 등록된 차고지와 차량 운전자의 주거지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화물차량 운송사업자는 '차고지 증명제'로 인해 차고지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대부분의 화물차들이 자신의 소유 차량을 운수 회사에 등록한 뒤 거기서 일감을 받는 지입제 차량이다 보니 자신이 소유한 차량은 운수 회사에 등록돼 있다. 운수 회사들은 높은 땅값과 좁은 부지면적을 이유로 대구지역 내에는 자신이 등록한 차량을 수용할 만한 차고지를 마련하지 못해 대부분 경산, 성주, 칠곡 등 대구 근교의 시'군에 차고지를 설정한 뒤 차량을 운수업체에 등록한다. 원칙적으로는 차고지에 주차해야 하지만 대부분 화물차랑 운전자의 집과 일감 등이 대구에 있기 때문에 밤에 일을 마친 뒤 경북 지역의 차고지에 차량을 주차하고 대구의 집으로 돌아오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한 화물차량 운전자는 "차주는 대구에, 차고지는 성주에 있으면 밤에 차를 성주에 놓고 대구로 올 수는 없지 않느냐"며 "지금처럼 운영되는 차고지 증명제는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화물차 불법주차는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3월 31일 오후 10시쯤 대구 북구 관음동 칠곡한신아파트 근처 도로에서 1.5t 트럭을 운전하던 K(47) 씨가 1차로에 불법주차돼 있던 4t 트럭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불법주차돼 있던 4t 트럭의 주인은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는 K(45) 씨로 밝혀졌다.
윤정식 화물연대 대구경북지부장은 "현재 대구의 화물차 공영차고지는 서구 상리동 1곳뿐이라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먼저 화물차 공영차고지를 좀 더 확보하고 아울러 화물차 차고지 증명제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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