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뿌리까지 뽑아내야 한다

한국이 선진국에 가까워졌다는 말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이라는 나라는 판돈만 쌓여 있는 저질적인 화투판처럼, 인덕이 모자라고 세상을 바라보는 심미안을 못 갖춘 자들이 국민의 머리 꼭대기에서 권력을 쥐어 잡고 말도 안 되는 횡설수설을 하고 있는 중이다.

상식 이하의 행동도 불사하며 기밀과 비밀에 대한 분별적 판단조차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러닝머신에서 발을 구르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의 대소사를 수면 아래에서 조율해야 할 국가의 한 조직이 자존심 문제를 앞세워 수면 위로 기어 나와 불과 6년밖에 지나지 않은, 함부로 공개해선 안 될 현 국가의 기밀이 담긴 타임캡슐을 공개해버렸다.

100년, 200년이 지나 후손들이 값진 마음으로 열어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고하여야 할 유산들을, 이 멍청한 집단은 자의적인 판단으로 개봉해 미래의 유산이 되어야 할 것을 꿈틀꿈틀 대는 메두사의 머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적정한 시간 동안 정성들여 묵혔다가 열어야 할 뚜껑을 미리 열어 버리니 비린내가 풍겨댄다. 만약 과거 왕권 시대에 누군가가 혹은 단체가 이런 행위를 버젓이 저질렀다면 국법으로 능지처참되어야 할 일일 것이다. 현재 세상을 다스리는 자들의 행태가 과거 상투 틀고 다니던 저 옛 시대에 비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 한심하기 그지없다.

30여 년 전, 군인과 총과 탱크로 권좌에 올라 그것도 두 번이나 대통령을 하며 갖은 폭력적 권위와 부패의 대표를 지낸 자가 개인의 욕심으로 거둬들인 조공의 덕으로 현재까지도 대대손손 떵떵거리며 사는 한국이라는 나라. 국가에서 다스리지 못함에 그 잔인한 자의 이야기를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갖은 역경을 거쳐 영화로 완성하여 소리 질러대도 들은 척 만 척했던 바보 정치가들.

이미 빼돌릴 만큼 다 빼돌린, 그 숨겨진 조공들을 최근 추징한다고 난리다. 멋진 일인 듯하나 늦어도 너무 늦은 시기에 감행되는 일이기에 그저 어떤 쇼프로 시즌 1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하나, 그렇더라도 국민들에 대한 미안함으로라도 절대로 다시는 이 일이 상기되지 않게끔 시즌 3, 4까지 확실하게 쇼를 진행하여 철저히 마감해 주기를 바란다.

오염된 땅에는 어떤 작물을 심어도 식물이 제대로 자라나지 않는다. 땅이 오염된 줄 알면서도 땅이 아까워 그 땅에서 저질농사를 하는 자들은 문제가 일어나면 대충 농약이나 살포할 뿐이지 왜 땅이 이렇게 오염이 되었을까 하는 근본적인 고민은 없다. 그저 어서 급조된 농약이나 살포해 어떤 작물이든 빨리 키워내 시장에 내다 팔기만을 뻘건 토끼 눈을 한 채로 바라볼 뿐이다.

그렇게 썩은 토양에서 농약을 먹고 자라난 변종 농작물들을 그들은 모른 척하고 시장에 내놓는다. 오염돼 찌든 땅에서 자란 농작물은 결국 우리들의 입으로 들어와 우리 몸을 타고 소화가 되고, 그 익숙한 패턴에 젖어 국민들은 결국 병이 들어버린다. 나라의 근간인 국민들과 그 국민들로 이루어진 국가가 병이 들고 지옥의 고통을 느낀다.

저질 작물에 몸이 아픈 것이 습관화되고,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정체성과 가치가 상실된다. 작물을 길러낸 자들의 입속으로는 수입산 마크가 찍힌 유기농 농작물이나 한쪽에 따로 유기농 마크가 찍힌 비료로 길러낸 작물이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 역시 포장만 바꿨지 누군가가 오염된 땅에서 농약을 살포해 길러낸 것인지 누가 알 것인가?

이번에 진행되는 국가적인 커다란 사건과 현안이 또 대충 농약을 살포한 채로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대충 마무리되어 나온 결과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오염된 흙을 걷어내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면 그 누구라도 계속 속아만 줄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다.

오염된 근원을 들어내고 새롭게 나라의 근간과 기초를 다시 세우는 것이야말로, 선배들이 고단하고 힘겨운 싸움을 겪어내며 일구려 했던 아름답고 고운 정신과 바탕을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들 그리고 우리 미래의 세대들에게 좀 더 깨끗하고 정의로운 환경과 살 만한 가치, 그리고 스스로의 존엄성을 갖게 하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바로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대 안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양익준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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