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500개 시대다. 대구경북에도 50개 골프장 시대다. 40년을 넘긴 대구CC부터 신생 골프장까지 스토리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본란에서는 부정기적으로 지역 골프장의 역사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진기록을 소개한다. 그 첫 번째는 구 조선컨트리구락부, 지금의 경주 신라컨트리클럽에 있는 하루 108홀 라운딩 이야기다.
◇2명이 전동카 없이 40㎞ 걸어…골프백 메고 걸은 캐디는 3번 바꿔
경주신라컨트리클럽에는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부터 꼭 30년 전인 1983년 6월 13일에 세운 하루 108홀 라운딩 기록이 그것이다. 18홀짜리 정규 라운딩을 6번을 돈 셈이다. 친구 사이인 박재헌 씨와 심규찬 씨가 회갑을 기념해 자신들의 한계에 도전한 것이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라운딩은 해가 완전히 넘어갈 때까지 계속돼 약 16시간 만에 끝이 났다.
이들의 기록은 하지가 가까워 낮시간이 길고 2명이 라운딩을 했기 때문에 대기록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 전장이 대략 6천500m가 넘으니 마라톤 코스와 비슷한 거리인 약 40㎞의 거리가 나온다. 실력과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최근 경기도의 모 골프장에서 126홀 라운딩 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이 있지만 요즘은 조명 시설도 있고, 전동카를 이용해 이동하기 때문에 이 기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당시는 18홀을 조명 시설도 없이 보조원(캐디)이 골프백을 직접 메고 걸어서 라운드를 하던 시절이라 요즘보다는 훨씬 힘이 들었을 것이다. 당시 이들을 도우는 캐디도 3번이나 바뀌었다. 한 사람의 캐디가 36홀을 책임졌다. 두 라운드 이상 경기 보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경주신라컨트리클럽의 전신인 조선컨트리구락부 시절에 세워졌다. 신라CC는 이 같은 진기록을 기념하기 위해 클럽하우스 주변 정원에 고풍스러운 '연자방아'와 함께 '108홀 ROUND 記念(기념)'이라는 표석을 세워두고 있다. 18홀 한 라운드를 전동카트를 타고 오가면서도 힘들어하는 요즘 골퍼들로 하여금 경외심을 갖게 하는 대기록이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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