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춤 60년사' 발행한 김기전 씨

대구 춤 인물·사진 망라…"몸짓언어, 글로 승화"

"공학도이면서 평생 춤과 인연을 맺어왔던 남편이 이 책의 발간을 못 보고 먼저 저 세상에 간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여러 예술 장르 중 가장 문장에 약하고 기록하기도 쉽지 않은 일회성 춤의 역사를 기록한 일은 드문 일이죠. 이 책을 고인의 영전에 바칩니다."

전국 무용가와 무용 전공 학생들 간 교류를 주선하고 합동공연도 개최하는 (사)다다 김기전(78) 대표이사가 부군 정순영(2011년 작고) 씨의 신문 기고문 등 유고를 모아 이달 초 '대구 춤 60년사'를 펴냈다.

800여 쪽 규모의 '대구 춤 60년사'는 1960년을 전후해 대구를 중심으로 한 무용공연과 무용계에 씨를 뿌린 사람의 업적과 인물평, 초기 무용학원과 대구무용협회의 활동, 대학동문 무용단과 대구시립무용단의 활동 및 대구 무용계를 이끈 중견 무용가들의 인물평과 사진을 오롯이 담고 있다.

"춤은 인물이 주체이기 때문에 '대구 춤 60년사'도 인물 중심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는 거죠."

19세 때 춤 인생을 시작한 김 대표는 한국전쟁의 와중에 대구로 피란 온 정순영 씨와 만나 1957년 결혼했고 1961년 '대구 바레아카데미'를 창설해 현대춤과 발레 교습을 했다. 이어 2000년대 들어 (사)대구시민문화연구소를 열어 시민 문화 향상에 기여해 왔다. 김 대표는 또 1980년 대구시립무용단이 창단됐을 때 초대 안무가로 9년간 활동했다.

"남편의 춤 평론은 이념 주입식이나 서정적 비평과는 거리가 먼 과학적 평론 방법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공학도답게 춤의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구현된 예술공학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작품의 가치 평가와 함께 해석을 통한 의미 부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원래 춤과는 인연이 멀었던 지은이 정순영 씨는 1947년 '조선교육무용연구소'에서 춤을 배워 개인적인 발표회를 가지는 등 독학으로 춤 이론을 다잡은 이색 경력의 소유자로 부산 경성대학교 이공대 교수를 지냈다. 본격적인 춤 평론은 1999년 '춤'지에 늦깎이 평론가로 등단하면서부터였다.

"책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는 약 2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남편이 학교를 퇴임한 후 전국의 무용발표회를 발로 뛰며 썼던 평론 원고를 모았고 대구 언론에 간간이 실었던 기고문 등을 모아 연대별로 정리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책은 해방 후부터 2011년까지 대구 무용계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을 망라했기 때문에 대구의 현대 무용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는 의미가 크다. 김 대표는 이어 "남편의 남은 원고를 정리해 전국을 무대로 한 무용계 평론집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 무용계 60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김 대표는 전국 대학의 무용학과와 대구시 초'중'고 등에 440권을 무료로 기증했다. 무용 후학들이 단순히 몸짓언어뿐 아니라 이론적인 측면에서도 춤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나이 80을 바라보며 저의 60년 춤 인생과 맥을 같이하는 대구 춤 60년사가 남편의 글로 다시 태어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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