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교육 비타민] 부모가 만드는 내 아이의 자존감

'강의시간에 한 학생이 눈에 띈다. 출석을 부를 땐 수줍은 듯 "네"하고 대답한다.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어떤 문제에 대해 질문하면 직접 나서서 답할 때가 거의 없다. 다음 강의시간에 발표할 자원자를 받을 때도 자발적으로 나선 적이 없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하거나 책임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일은 차분하게 잘 처리한다. 약속도 잘 지킨다. 하지만 그를 보고 있으면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느낌이 든다.'

한 학기 수강생들 중 자존감 문제로 고민하던 한 학생을 그려보았다. 그를 볼 때마다 학창시절 자존감 낮았던 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존중하는 마음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태도와 가치관이 아이의 자존감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부모와 아이의 교감을 통해 자존감이 형성되므로 부모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릴 때 형성된 아이의 자존감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기질적'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다르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어떤 경험을 하는가에 따라 자존감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의 학업성적이 자존감형성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적절한 성적경쟁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의 환경이 부모와 아이를 편안하게 두질 않는다. 여전히 '좋은 대학 나와야 성공한다'는 신화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부모는 무엇보다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의 성적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지고 있다.

아이를 주로 성적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다 보니, 성적이 낮은 아이는 자신감을 잃게 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게 된다. 성적이 우수한 아이도 별 차이가 없다. 아이가 항상 일등만 할 수 없으니까 조금만 성적이 내려가도 부모의 눈치를 보게 된다. 부모는 아이가 힘들어할 때 보듬어주고 격려해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모가 성적을 가지고 꾸중이나 잔소리를 하면 아이의 자존감은 점점 낮아지게 된다.

자존감은 친구관계, 태도, 리더십 등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대체로 친구관계도 원만하다. 또한 평소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긍정적이다. 그리고 리더십도 꽤 있는 편이다. 자존감이 높을수록 아이가 자신감 있고 즐겁게 생활한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우선, 가능한 한 학업성적으로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하자. 쉽지는 않겠지만 부모는 아이가 노력한 결과를 인정하고, 아이를 지나치게 성적위주의 바다로 내몰지 않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자. 작든 크든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잘하는 일을 했을 때 칭찬해 주자. 또한 부모가 부모 스스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3년 연속 최하위였다는 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문제는 자존감과 큰 관련이 있다. 아이의 자존감은 대부분 부모의 태도와 가치관에 따라 결정된다. 부모의 자존감이 높아야 아이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성장환(대구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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