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배우 강동원'과 '진짜 공공재'

최근 뭇 여성들을 '멘붕'(멘탈 붕괴)에 빠지게 한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톱스타 원빈의 열애 소식이다. 그래도 상대가 이나영이라며 애써 위로해 보지만, 얼마 전 조인성의 열애 소식에 한숨을 푹푹 쉬며 속을 태우던 여성 팬들에게 이번 원빈의 열애 소식은 재앙에 가까운 뉴스였다. 그리고 잇단 꽃미남 톱스타의 열애 소식에 느닷없이 각광받는 이가 있었으니, 알려진 바로는 아직까지 솔로로 남아있는 강동원이다.

네티즌들은 강동원만큼은 연애를 하면 안 된다며 아우성을 치며, 모두가 함께 소유하는 '공공재'(公共財)로 남아주길 요청했다. 장난스럽기도 귀엽기도 한 이 요구는 유행처럼 전국으로 번져,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강동원'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공공재'가 따라나올 정도로 '배우 강동원'을 '공공재'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스타가 만인의 연인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팬들에게 강동원은 '공공재'로 함께 소유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였고, 어느덧 강동원은 수많은 여성들의 '공공재'가 되었다.

우리 주위에는 '배우 강동원'뿐만 아니라 함께 누려야 할 '진짜 공공재'들이 있다. 경찰, 국방, 소방, 의료와 같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권리를 보호하는 국가의 기본 기능과 서비스는 '공공재'다. 도로, 철도, 가스, 수도처럼 생활과 생존에 필수적인 것도 당연히 '공공재'다. 이처럼 우리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 하는 것을 바로 '공공재'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효율성 제고'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우리의 '공공재'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 6월 26일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철도공사를 지주회사로 해서 철도공사 사업을 6개로 나누어 분할한다는 '철도 산업 발전 방안'을 확정했다. '독점 구조 타파' '효율성 증진'이라는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 설명하고 있지만 이번 '철도 산업 발전 방안'의 본질은 '철도 민영화'이다.

국토교통부는 '적자 운영'을 이유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소위 돈이 되는 구간부터 민영화를 추진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밑천으로 살림을 불릴 생각은 않고, 일단 팔아 본전이라도 찾을 심산이다. 계속 영업 적자라고 하소연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마을, 무궁화와 같은 일반열차가 적자이고, 고속열차(KTX)는 흑자가 발생하고 계속적으로 수익이 향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현재 철도의 적자는 철도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부터 누적된 것이고, 철도 구조 개혁 과정에서 철도공사로 전가된 고속철도 부채 때문에 심각해진 탓이 크다. '공공재'인 철도를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태도가 '적자 운영'의 진짜 이유인 것이다.

지금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민영화는 이미 망해버린 '영국식 철도 민영화' 모델이다. 국민의 재산인 철도를 재벌과 외국자본에 넘긴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돈 안 되는 노선은 폐쇄되고, 그래도 요금이 저렴해 서민의 발이 되었던 무궁화와 새마을 같은 일반 철도는 없어질 것이다. 안전보다는 이윤이 우선이 되어 대형 참사의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요금 폭등으로 민영화 후 요금이 최대 90%까지 오른 영국처럼 철도는 '부자들의 장난감'이 될 것이다.

'공공재'에 효율과 경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공공재'는 소득과 계급에 구분없이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한다. 손해를 보더라도 약자를 배려하고 모든 이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돈 되는 것이면 다 팔아치우는 세상이라지만 '공공재'만큼은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 한다. 돈 안 된다고 등댓불을 끌 수 없고, 경쟁에서 밀린다고 군대를 포기하고 용병을 고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여성 팬들의 '만인의 연인'이 강동원이라면 공공재는 '만인의 소유'여야 한다. 강동원이라는 '공공재'가 연애를 하면 '화'(火)가 나고 그뿐이지만, '진짜 공공재'가 기업과 개인의 사유가 되면 '화'(禍)가 되어 국민에게 재앙으로 돌아온다.

박석준/함께하는 대구청년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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