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살 여고생 "학교 폭력 수 차례 알렸다"

폭력 실태조사서 4건 응답, 학교측 조사결과 처리 소홀

학교폭력으로 고교 졸업을 앞둔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학교 측이 조직적으로 관련 사실을 은폐한 의혹(본지 18일 자 5면 보도)과 관련해 학교 측이 학교폭력 전수조사 결과도 소홀히 처리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북 군위의 한 기숙형 공립고교에 재학 중이던 여고생 A(당시 19세) 양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A양은 학교폭력 피해사례가 있었다며 학교 측에 수차례 알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학교폭력 전수조사에서 A양의 학교에서는 피해경험 사례로 4건의 응답이 있었다. 지난해 8월 27일부터 10월 12일까지 '나이스 학생서비스'로 진행됐던 학교폭력 전수조사에는 '최근 6개월 동안 학교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라는 문항이 있었다.

학생 개별검사인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도 A양은 학교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A양이 다니던 학교가 기숙형 공립고교로 학생들이 거의 24시간 함께 지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대응이 뒤따라야 했지만, A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학교 측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셈이다.

결국, A양은 유서를 통해 "학교폭력 문제로 교사와 상담을 한 적이 있다"고 마지막까지 알렸지만, 학교 측은 경찰 조사에서 "집단 괴롭힘이 있었는지 모른다. A양이 교사와 그런 문제를 상담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미심쩍은 부분은 또 있다. 올해 1월 A양의 아버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뒤 경북도교육청은 이 학교 교사 12명을 3월 1일 자로 전보 조치했다. 31명의 평교사 3분의 1 이상이다. 이 중 전근 연수인 4년을 채운 교사 4명을 제외한 8명의 교사는 해당 학교에 근무한 지 3년이 안 됐다. 전체 교사의 3분의 1 이상이 전근돼 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교육계의 평이다.

특히 언론과 경찰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학부모를 설득했던 학생부장 교사는 근무 2년 만에 다른 학교로 옮겨갔다. 경북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초빙 형태로 스카우트돼 다른 학교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1년 이상 한 학교에서 근무하면 다른 학교로 전근 갈 수 있도록 돼 있으며 개인 사정에 따라 언제든 전근 신청을 할 수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