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염색공장 "너무 깨끗해서 당황하셨어요?"

3D 기피업종 취급 옛말, 냄새 없고 깔끔한 시설…청년취업 위해 환경 개

염색공단 업체들이 시설과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복지에 신경을 쓰는 등
염색공단 업체들이 시설과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복지에 신경을 쓰는 등 '일하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공단 내 한 업체 직원이 최근 자동으로 염색이 가능한 새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2일 오후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 내 D 업체. 150m에 이르는 대형 염색전처리공정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 뿐이었다. 모든 과정이 컴퓨터 화면에 나와 생산라인을 일일이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직원은 "예전에 비해 자동화와 컴퓨터 시스템화가 많이 진행돼 작업하기가 훨씬 편리하다"며 "안전성도 높아져 사고예방도 커졌다"고 말했다.

염색공단 내 업체들이 시설개선과 편의시설 확충에 힘쏟고 있다. 염색업체들은 최신 설비를 갖추고 직원의 편의 시설을 늘리면서 '일하기 싫은 곳'에서 '일하기 좋은 곳'으로 이미지 변신 중이다.

A 업체는 수년 전 작업장 환경을 개선했다. 2t에 달하는 원단을 사람의 힘으로 이동하던 것을 견인차로 대체했으며 염료의 배합과 혼합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컴퓨터 컬러 처리기'를 설치했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염색의 전 과정에서 사람의 손이 일일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안전하게 컴퓨터와 자동화 설비를 통해서 할 수 있다"며 "그만큼 환경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진호염직은 염색 공정을 컴퓨터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신진희 과장은 "현장 사무실의 컴퓨터를 통해 염색약 조제 및 처방 등 다양한 공정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무더운 현장에 계속 있을 필요가 없다"며 "그만큼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무더위를 대비해 온도 개선에 나선 업체들도 있다. 한 업체는 순환장치를 설치해 외부 공기를 공장 내부로 가져와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고 있다.

이처럼 염색업체들이 변화하는 것은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염색공단 관계자는 "젊은이들이 염색산업은 피하려 하다 보니 염색업체 직원의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문을 닫는 업체들이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단 내 염색업체들은 시스템과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편의시설을 통해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한 업체는 최근 '더위'로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 휴식 공간에 에어컨을 교체했다. 설비에 작업공정이 시작되면 한두 시간 단위로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한다. 작업장마다 냉장고와 얼음물을 두는 것은 기본이고 점심시간마다 시원한 팥빙수도 제공한다.

악취와 유해물질로부터 직원을 해방시키는 업체도 있다. 평안은 디지털텍스타일프린팅(DTP)를 통해 염색약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을 도입했다. 7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완성한 설비를 현장에 설치, 예전 방식의 염색 라인을 모두 없앴다. 12대의 설비로 인해 공장 환경은 180도 바뀌었다.

평안 강진구 상무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은 에어컨이 작동되고 있어 작업하기에 쾌적하다"며 "직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기숙사와 함께 식당, 헬스장 등을 갖춰 젊은이들을 끌어모은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염색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염색'이라고 하면 위험하고 힘들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현장은 많이 변화하고 있다"며 "주 5일 근무를 하는 곳도 나오고 있고 임금 수준을 올리는 곳도 있어 '일할만한 곳'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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