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는 지역을 알리고, 그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적 긍지를 심어주는 한편으로 소득에도 기여하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그러다 보니 지역마다 축제가 넘쳐난다.
대구의 대표 축제는 1982년 직할시 승격을 계기로 매년 10월에 개최되어 온 '달구벌축제'다. 그 후에 보다 다채롭고, 젊고 활기찬 도시임을 알리기 위해 축제 이름을 '컬러풀대구페스티벌'로 바꾸었다. 오는 10월 대구 시내를 떠들썩하게 할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은 '컬러가 좋다. 대구가 좋다'는 주제를 내걸었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대구문화재단은 지난해 행사에서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시민퍼레이드'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컬러풀대구페스티벌 연출 기획을 맡고 있는 최주환 연출자와 고도기획 김종성 대표와 필자는 일본 교토의 세계적인 축제인 기온 마츠리를 함께 참관했다. 기온 마츠리가 열리는 7월 한 달 중에서도 가장 인파가 많이 모이는 7월 17일 '야마보코 순행'의 장관을 보았다. 2박 3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세계적인 행사 개최지에서 행사의 규모나 질서 등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특히 세 사람은 컬러풀대구페스티벌과의 접목을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와 자긍심, 주변의 상가나 식당의 분위기도 파악하고 먹거리와 볼거리 등을 점검하는 데 주력했다.
일본의 축제는 잘 알려진 대로 '마츠리'(まつり)라고 한다. 특히 기온 마츠리는 7월 한 달 내내 열리는 교토의 최대 축제다. 일본의 3대 마츠리로 규모나 참여하는 내외국인이 엄청나다. 기온은 교토를 대표하는 번화가이자 유흥가로 대구로 치면 동성로나 중앙로에 해당한다.
기온 마츠리의 역사는 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교토에는 흑사병이 만연했다고 한다. 역병을 막기 위해 야사카진자의 주지가 신의 보호를 비는 뜻으로 66개의 야마보코(행사에 사용되는 가마)를 끌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누비며 신에게 빈 것에서 기원했다. 일본의 마츠리가 흔히 그렇듯 기온 마츠리에서도 행진과 공연이 벌어지는데, 올해 축제에서도 17일에 32대의 호화로운 마차와 신령을 모신 가마 3채가 거리 행진을 했다.
서둘러 행사장에 도착하니 이미 행렬은 시작됐다. 첫 시작이 오전 9시 정각에 출발하여 마지막 행렬은 오후 1시경에 끝났다. 현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끝날 때까지는 한 자리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지만 계속적으로 지나가는 호화찬란하게 치장한 야마보코 32대의 행렬은 장관이었다. 32대가 북, 피리, 징으로 기온바야시(일종의 축제음악)를 연주하면서 교토 중심가에서 퍼레이드를 펼쳤다.
전야제에서 펼쳐진 요이 야마 때는 행사를 하는 좁은 공간에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구경꾼들이 워낙 많아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러나 앉았거나 서서 기다리면서 행렬을 지켜보는 거리의 사람들은 질서정연하다. 6차로에 차량이 통제되고 보행자 천국이 만들어지면 이 일대는 축제의 열기가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필자는 행렬 장면과 관람객들이 질서정연하게 구경하는 장면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외국의 유명한 축제는 그 특성과 정체성(正體性)이 있고 사람이 몰려드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세와 친절한 시민정신이다.
다음 행선지는 교토를 상징하는 사찰인 기요미즈데라(淸水寺)다. 그리고 니넨자카, 산넨자카 거리를 걸어서 관람했는데 이 거리는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과 계단을 납작한 돌로 깔끔하게 포장해 놓은 거리로 길가에는 아기자기한 도자기 가게와 교토의 전통요리 전문점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에 교토의 기온 마츠리와 상점가를 보면서 세계적인 축제로 성공한 그 기반에는 시민들, 특히 젊은 청년층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시민들이 갖고 있는 지역 사랑의 자긍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10월 11일부터 3일간 대구의 중심지인 중앙로와 동성로에서 시민들과 모두 함께 거방지게 한판 놀 수 있는 축제 마당에서 거대한 열풍이 불어 대구가 문화도시로서 더욱 굳건히 자리 잡게 되기를 기대한다.
손경찬/수필가·대구예총예술소비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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