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위안부 역사관, 시민 성금에만 맡겨둘 일인가

시민단체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위한 부지 매입 비용 2억 3천만 원을 시민 성금으로 마련했다. 위안부 역사관 건립 사업은 2009년 12월 '대구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한 후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순악 할머니가 남긴 돈 5천만 원과 시민 기부금 1억 원이 씨앗이 됐다. 시민모임은 거리 모금 활동을 벌여 나머지 비용을 확보했다.

위안부 역사관 건립이 시민 성금으로 추진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일제의 만행을 알리고 아픈 역사를 되새겨 후대에 전하는 데 시민들이 앞장서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역이 위안부 피해를 가장 많이 입었다는 점이 있지만, 대구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도 주목된다. 일제강점기 때 대구 지역이 국채보상운동을 이끌며 외세에 저항한 정신이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안부 역사관이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부와 대구시의 소극적인 자세를 드러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을 시민단체가 대신 함으로써 그동안 뭐 했나 하는 질책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시민모임은 위안부 역사관을 건립하는 데 정부와 대구시의 지원을 호소했으나 법적인 지원 근거가 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모금 활동을 벌이게 됐다.

대구 위안부 역사관은 대구시 중구의 일본 적산 가옥을 사들여 세워지게 되며 앞으로도 2억 7천만 원의 비용이 더 필요하다. 정부와 대구시는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위안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 피해 보상 문제도 강하게 제기해야 한다. 그것이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을 달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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