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열악한 보호자 대기실, 그 병원의 수준이다

지역 종합병원의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이 열악한 여건과 관리 소홀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대기실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시설이 엉망인데다 범죄에 쉽게 노출될 만큼 관리가 허술해 인권 침해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는 "병원이 수익성 높은 시설에는 지나칠 만큼 투자하면서도 정작 기본 시설인 보호자 대기실은 방치하고 있다"며 성토하고 있다.

중환자를 둔 가족들은 예측하기 힘든 환자의 상태 때문에 24시간 보호자 대기실에서 머물게 된다. 보호자의 심리적 불안감과 초조함은 그 어느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병원 측이 다른 시설에 비해 더 많이 배려하고 세밀하게 관리하는 게 옳다. 넉넉하고 쾌적한 시설은 고사하고 남녀 구분조차 없는 좁은 공간에서 보호자들이 새우잠을 자고 늘 도난'성추행 등 범죄의 불안에 떨어야 한다면 분명 잘못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등 일부에서는 보건 의료 체계의 영리화가 가져온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지역 병원의 열악한 보호자 대기실의 현실은 그 무엇보다 의료 기관의 양식 문제다. 그동안 보호자의 어려운 처지와 불만의 목소리를 병원 측이 귀담아듣지 않은 것은 의료 서비스의 기본마저 망각한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최근 지역 종합병원들이 어려운 경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앞다퉈 외국 의료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만약 의료 관광을 위해 대구를 찾은 외국인 환자나 보호자들이 난민 수용소를 방불케 하는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 실태를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다. 지역 병원 측은 보호자가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서둘러 대기실 시설을 개선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환자 못지않게 보호자의 복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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