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랗게 눈을 뜬 귀여운 얼굴의 배우 이시영(31).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남성 여럿을 설레게 하기도 하고, 웃음을 주기도 했던 그가 눈빛부터 변했다. '과거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지난달 개봉해 여전히 관심을 받고 있는 공포 스릴러 '더 웹툰: 예고살인'(이하 예고살인)의 주인공이다.
데뷔 초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악녀로 나오긴 했지만, 이후 로맨틱 코미디 작품들에서 보여준 모습이 강렬해서인지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떠오를 수밖에 없다. 물론, 국가대표 복싱 선수라는 타이틀이 있어 주먹이 매서운 배우이기도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 속 이시영은 상큼했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호러퀸 도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가 '로코퀸'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선택인 걸까?
이시영은 퀸이라는 칭호가 어색했는지 손사래를 쳤다. "연기 잘하는 선배님들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로코퀸'도 아닐뿐더러, '호러퀸'을 원하지도 않는단다.
"호러라는 장르 때문에 출연을 결정한 건 아니었어요. 줄곧 로맨틱 코미디만 들어오는데 정극을 하고 싶긴 했죠. 웃지 않는 연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마침 이 시나리오를 받게 된 거예요. 특히 지윤이라는 친구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요. 재능이 없는데 끊임없이 열중하잖아요. 간절하게 원하는데 한계에 부딪히며 좌절하는 모습을 보니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았죠."
★귀엽고 웃기는 이미지 이젠 바꾸고 싶어
그는 '예고살인'의 시나리오를 전작 '남자사용설명서'와 비슷한 시기에 받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두 작품 모두 새롭다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 '남자사용설명서'가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뭔가를 그릴 수는 없지만 기발했다면, '예고살인'은 기발하면서도 연기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이시영은 '예고살인'이 조금 더 연기하기 수월했다고 기억했다. 그래서인지 만족한 장면도 많다. 초반 편집장 서미숙(김도영)이 죽는 신을 꼽으며 "진짜 잔인한 장면을 실사로 찍으면 촌스러울 수 있는데 웹툰으로 돌려 잘 살렸다"며 "감독님이 신경을 정말 많이 쓰신 것 같다"고 좋아했다.
그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장면도 있다. 극 중 장의사 조선기(권해효)가 사망하는 두 번째 사건이 그것. 사건이 발생하는 경찰병원에 가기 전 예고 살인 장소를 찾는 신이 좀 더 박진감 넘치고 긴박감을 줬으면 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감독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찰나였다. 이시영은 "정말 무서운 감독님들이 많아서 얘기를 못 꺼내기도 한다는데 김용균 감독님은 내 의견을 들어주셔서 같이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예고살인'은 인기 웹툰 작가의 웹툰과 똑같은 살인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숨겨진 이야기도 드러나 관객을 몰입시켰다. 어렸을 때 만화광이었음을 밝힌 그는 극 중 무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지윤처럼 호러 만화는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고 했다. 겁이 많다는 이시영. 가위도 자주 눌린다고 털어놓는다.
가위눌린다는 건 심신이 약하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복싱 국가대표가 된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하니 "가위를 눌리면 그렇다는 건가요? 전 컨디션이 안 좋거나 속상한 날 자주 그런데…"라고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연기를 할 때 만화를 봤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만화를 보면 상상력 부분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도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인데 만화가들은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놀랐다. 재미있는 것도 잔인한 것도 그렇고, 상상할 수 있는 폭이 넓어 정말 신기하더라"고 만화에 대한 기억을 마무리했다.
2008년 케이블채널 슈퍼액션 드라마 '도시괴담 데자뷰 시즌3'을 통해 데뷔한 이시영. 조금 늦게 연예계에 발을 들인 그는 "욕심이 생겨 다작하고 싶었다"고 기억했다. 드라마 '부자의 탄생', '장난스런 키스', '포세이돈', '난폭한 로맨스', 영화 '위험한 상견례', '커플즈'…. 과거에는 다작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하나의 작품을 깊이 있게 들어가고 싶단다. 물론 이 방법이 정답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부딪힌다.
복싱도 마찬가지다.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된 그는 "메인 종목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기뻐했다. 다만, 언론이나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돼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해 걱정, 또 걱정이다.
★복싱은 계속할 수 없어…내겐 연기가 더 중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연기와 복싱이 이시영의 반씩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연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며 "현실적으로 복싱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애착이 가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허리를 다쳐 요양하고 있지만 빨리 훈련을 다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은 연기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복싱을 향한 애정도 만만치 않다.
'연기자' 이시영은 호흡을 맞춘 선배 엄기준을 향한 존경심도 내비쳤다. "엄기준 선배와 같이 연기하는데 '절대 피해 주지 말자!'라는 생각이 가득했어요. 워낙 작품도 많이 하고 잘하시는 배우시잖아요. 배우들은 상대 연기자들을 서로서로 느껴요. 이렇게 챙길 수도 있고, 또 저렇게도 챙겨갈 수 있구나! 생각하죠. 기준 선배가 나라는 배우를 생각할 때 리듬이 깨진다거나 그의 연기에 방해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특히 선배와 신을 맞출 때면 더 대사를 외우려고 했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긴장도 많이 했죠."(웃음)
이시영은 더불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하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물에만 섭외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번 작품이 잘 돼 나에게도 기회의 장이 넓어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의 바람이 이뤄진 걸까. 한국 공포영화는 2008년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 이후 100만 관객 고지를 넘지 못했는데 '예고살인'이 116만 관객(22일 영화진흥위원회 기준)을 동원, 시선을 끌고 있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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