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논쟁]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표결

'NLL' 발언 빨리 매듭, 마비된 국정 정상화를…"기록 공개 국익

서상기 새누리당·국회 정보 위원장
서상기 새누리당·국회 정보 위원장
정진후 정의당·원내수석 부대표
정진후 정의당·원내수석 부대표

NLL 포기 의혹의 실마리를 풀어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수 차례 검색에도 불구하고 대화록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여야가 표결을 통해 대화록 열람에 합의했지만 상당수는 '사초'(史草)와 다름없는 대화록을 공개할 경우 부적절한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을 우려했었다.

하지만 진상규명 차원에서 '끝을 봐야 한다'는 의견과 '대화록이 정쟁의 도구가 되면 안 된다'며 찾기를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여전히 맞서고 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NLL' 발언 빨리 매듭, 식물화된 국정 정상화…서상기 새누리당·국회 정보 위원장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표결을 하면서까지 공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에 대한 논란을 하루빨리 종식해 국론분열을 막고, 정쟁으로 마비된 국정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다.

NLL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해상에서의 무력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유엔에서 지정한 경계선이다. 그러나 NLL 무력화를 위한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을 비롯한 많은 인사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관련 언급은 피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개최된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북한은 NLL 유지는 남북 정상 간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는 것이라 주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약속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과 관련 발언한 적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해왔다.

결국, 무의미한 논쟁을 종식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이 NLL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지만, 야당은'포기'라는 단어가 없었다며 국민을 기만하기에 이르렀다. 김정일 위원장이 세 차례에 걸쳐 포기를 언급할 때마다 적극적인 동의를 표시하는데 이것이 포기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국가정보기관이 제출한 자료의 진위조차 의심해 결국 초유의 국가기록원 자료 열람에까지 이른 것이다.

▶회의록 공개의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하는데.

무엇이 '득'이고 무엇이 '실'인지 개념조차 없는 사람들의 논리다. 문제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남북 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인 NLL 문제를 임의로 북한과 협의하는 것은 대통령의 '영토 보전'의 책무를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제66조 2항)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최근 야당에선 '국기문란'이란 용어를 남발하고 있는데, NLL 포기야말로 호국영령이 수호한 우리의 소중한 영토를 포기한 역사상 유례없는 '국기문란'행위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영토주권을 수호하는 것보다 중요한 사안이 더 있나?

▶여야가 국회에서 회의록을 열람, 공개한다고 해도 NLL관련 국론 분열을 멈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은데.

국론분열은 분열을 획책하는 세력에 의해 끊임없이 계속됐다. (국정원)대화록이 공개됐는데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논란만 증폭시키는 야당의 행태에 기가 찰 노릇이다.

NLL은 소중한 국군 장병의 목숨으로 지켜낸 국토 경계선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씀처럼 이제 쓸모없는 논쟁은 그만두고, 여야가 합심하여 NLL 수호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답일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대화록 전문 공개로 그 근거는 이미 만천하에 알려졌지 않았는가? 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포기를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단순한 말장난이다.

특히 김정일이 NLL과 관련하여 네 번이나 구체적으로'포기'를 언급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에 동의합니다. 포기에 대한 동의가 포기가 아니면 무엇이겠나. 그 이외에도 NLL이 근거도 없는 선이고, 괴물 운운하며 바꿔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김정일은 회담 내내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을 하나의 기준선으로 언급하며 공동어로구역, 평화 수역의 범위를 NLL과 북한 주장 경계선 사이의 수역임을 분명히 제시한다.

그럼에도 야당은 회담 준비 중 등면적 논의가 있었다며 구차하게 변명하지만, 실제 회담에서 이루어진 합의내용은 남북이 각각 주장하는 두 가지 선을 기준으로 군대를 철수한다는 것이다.

휴전선에 빗대어 쉽게 말하자면, 북한군은 그대로 두고, 국군만 천안 인근까지 철수하자는 것인데, 이것이 NLL 포기가 아니면 무엇이겠나?

◆기록 공개 국익에 무익, 여야 정쟁 즉각 멈춰야…정진후 정의당·원내수석 부대표

-여야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표결이 국익에 반하는 결정인가

▶물론이다. 대통령기록물은 법 제정 당시부터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것이 전직 대통령의 NLL 발언으로 새누리당에 의해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을 시작으로, 국정원이 불법으로 대화록을 공개하고 또 여야 합의로 대화록을 공개 표결하기까지 어느 한 지점에도 국익도, 국민도 없는 여야 정쟁의 산물뿐이다.

-공개 결정을 비롯한 논란이 국가에 어떤 부담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가?

▶역사적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어떤 대통령의 역사적 기록이라도 한 나라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후대에 남기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공식문서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합의로 공개 결정되면서 어떤 대통령도 자신 있게 국정운영과 개인의 결정에 대한 기록물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위대한 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이 수백 년간 통치자의 기록을 고스란히 기록한 채 세계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것은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결정 때문에 앞으로는 그러한 기록을 우리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여야가 국회에서 회의록을 열람, 공개한다고 해도 NLL 관련 국론 분열을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이것은 국론 분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국론의 분열이 아니라 철저히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쟁의 산물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화록 공개 결정 전, 한국갤럽(6월 26일) 여론조사에서 국정원에서 공개된 전직 대통령 발언 내용을 'NLL 포기로 본다'가 24%, 'NLL 포기는 아니다'가 53%였다. 이미 과반수 국민은 발언의 진위를 객관적으로 판단한 바 있다. 또한 7월 8일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국회의 자료 제출 의결이 '잘못한 결정'이라는 선택이 51.4%, '잘한 결정'이 35.2%로 국회의 결정에 국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국민은 이미 객관적인 눈으로 현 상황을 판단하고 있지만 대화록을 빌미로 싸우고 싶은 이들은 새누리당과 민주당뿐인 것 같다. 국론분열이 아니라 양당의 정쟁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대화록의 부재가 확인됐지만, 공개 결정 자체가 선례로 남는다는 우려나 재발 방지를 위해 국회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있다면

▶22일 마지막까지 검토해 봤지만, 국가기록원에 공식 보관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없다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 누가 이 기록물을 훼손하고 폐기했든지 간에 이는 있을 수 없는,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창피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대통령기록물법의 제정 취지와 달리 여야 합의만 있으면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게 돼버렸으며, 더욱이 동법에서 엄격히 제한된 열람과 폐기가 무분별하게 행해졌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법은 있되 사문화되고 있으며, 힘이 있는 자라면 무슨 일이든 가능한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 법치국가의 모습이 돼 버렸다. 아무리 또 다른 법, 혹은 특별법을 만들어 제출한들 지키지 않으면 그뿐이라는 자들이 있는 이상 소용없을 것이다.

이미 대통령기록물법에는 무단 열람과 폐기 등을 행한 자에 대한 벌칙(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명문화되어 있다. 그 대상이 누구라도 법에 정한 철저한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법치국가의 위상을 다시 찾아야만 한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국기문란 행위를 반드시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어야만 하며, 다시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이용해 불법적 열람을 감행하려는 유례없는 결정을 하지 않도록 엄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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