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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번개가 빵을 만들어?

장마와 폭염. 장대비가 쏟아지고, 번개가 천둥과 벼락을 몰고 온다. 소싯적 십오 리 산길 등하교 시 제일 무서운 것 중의 하나가 불시에 내 정수리를 내리칠 것 같은 번개였다. 지구 상에서는 매일 800만 번의 번개가 치고, 미국에서만 번개로 매년 평균 150명의 사망자와 5천만달러의 재산 손실을 입는다. 번개 치는 모습을 저속 촬영화면으로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황홀한 아름다움 그 자체로 나를 매료시킨다.

번개는 구름 속에서 분리 축적된 음'양의 전하(電荷) 또는 구름 속의 전하와 지면에 유도되는 전하가 서로 방전하여 발생하는 불꽃방전이다. 번개가 동반하는 소리를 천둥, 구름과 지면 사이의 방전을 벼락이라고 한다. 특히 번개는 고대인에게 신의 분노이자 두려움과 숭배의 대상이었다. 중국의 상제(上帝), 그리스신화의 번개신 제우스, 로마의 유피테르, 모두 하늘의 최고신으로서 숭배되었다. 그러나 띠형, 리본형, 나무형, 북두칠성형, 방황형 등으로 나타나는 번개는 여전히 현대과학을 조롱하고 있다. 번개의 생성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목표물을 찾아가는지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물생장에 필수적인 비료의 3요소는 질소, 인산, 칼리다. 농학박사 이완주는 그의 저서 '흙을 알아야 농사가 산다'에서 칼리의 고향은 깊은 바다이고, 질소의 고향은 하늘이고, 인산의 고향은 인광석이라는 바위라고 말한다. 사람과 동물만 귀소본능이 있는 게 아니고. 비료도 자기 탄생지로 회귀한다는 이야기다. 볏짚을 태우면 볏짚 속의 질소는 연기가 되어 제 고향인 하늘로 날아가고, 물에 녹은 염화칼리(칼리비료의 원료)가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다가 땅이 솟아오를 때 땅 위로 올라온다. 칼리의 고향은 바다 밑이다. 인산은 바위에서 추출되므로 그의 고향은 바위이다. 번개도 귀환 방전(return stroke)이란 회귀본능이 있다.

번개가 치는 이유는 사람들을 징벌하고, 식물을 풍비(豊備'풍부하게 갖춤)하게 하는 천연질소비료를 만든다고 기록(성경 욥기 36장 31절)된 것이 최근 사실로 입증되었다. 전후 구절도 번개의 빛이 바다를 자극하여 칼리를 생성하고, 번개라는 장풍으로 푯대(표지 바위, 인광석)를 강타하여 인산을 추출해 내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해석해본다. 번개는 회귀성이 강하고, 전술한 칼리의 고향은 깊은 바다이고, 인산은 고향이 바위라는 게 그 증거다. 사람을 두렵게만 하는 번개가 식물성장의 필수요소인 비료의 3요소를 만들고, 이를 섭취한 식물의 결실인 밀로 빵을, 식물을 먹고 동물이 고기를, 그 쌀과 빵과 고기를 먹고 우리의 삶이 연속된다. 대자연의 식량경제학이다. 하늘 번개가 준 양식을 우리가 먹고사는 셈인가!

서영환 시인, 경제칼럼니스트 seodam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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