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오페라하우스를 가진 도시가 대구다. 오페라하우스 개관과 함께 지난 10년간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대구는 '오페라'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10년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같은 영남권인 부산이 북항 재개발지역 바닷가 옆에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본딴 3천억대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올해 실시설계 용역을 거친 뒤 2018년 완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오페라 도시 대구의 위치가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다. 대구의 노력과 대책 그리고 비전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시아 축제로서의 입지 구축 시급
유럽 시장에서 오페라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오페라극장에는 백발의 노인들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대구의 실정은 다르다. 축제기간이면 다양한 연령층이 극장을 메운다. 대구시는 이 여세를 몰아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한국만의 축제가 아닌 아시아 축제로서의 입지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대구시는 이를 위해 국제적인 스타도 모셔온다는 계획이다. 김대권 대구시 문화예술국장은 "심사위원의 프로필만 보고도 콩쿠르에 참가하겠다는 성악도들이 몰려들 정도로 막강한 스타를 데려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페라 관계자는 "홍보에 일정부분 도움은 되겠지만 유명인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는 것만으로 대구 오페라가 널리 알려질 것이라는 것은 너무 안이한 발상"이라며 "사람들의 이목을 모을 이벤트성 행사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인프라와 작품 제작에 대한 투자, 질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고민이 가장 먼저 되고 기본이 되어야 할 요소"라고 꼬집었다.
◆산적한 숙제들
대구시는 오페라재단 설립을 추진하면서 '기부금 활성화'를 이유의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대구문화재단의 경우를 보면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대구문화재단 설립 후 지금까지 4년 동안 2009년 2건 1억800만원, 2010년 3건 1억1천700만원, 2011년 1건 1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에야 겨우 11건 2억6천만원 정도가 됐을 뿐이다. 문화 메세나 운동에 힘쓸 여력이 되는 이들을 찾기 힘든 현실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특급 VVIP들에게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최고급 공연을 보여준 뒤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공연장을 비즈니스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 특별한 인맥을 쌓을 수 있도록 기업인들에게 사교의 장을 열어주겠다는 것. 이에 대해 한 문화인은 "아무리 문화 활성화를 위한 메세나의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특권 계층만을 위한 파티는 용납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 대구 오페라계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오페라 무대와 의상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를 마련하는 일이 꼽힌다. 이를 통해 제작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그 자체로 산업화가 가능하며, 장기'순환 공연도 가능해 오페라 도시로서 확고한 자리 매김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합창단 등도 오페라하우스 상주단체로 운영될 예정이다.
◆시즌제'레퍼토리제 도입 필요
지난 7년 동안 대구국제오페축제 작품 등을 연출하며 대구와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오페라 연출가 정갑균(50) 씨는 "오페라하우스와 축제라는 두 가지를 선점하고 있는 대구가 한 발 더 도약하기 위해 앞으로 오페라재단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오페라극장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씨는 "이제 10년의 역사를 가진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유럽의 오페라 극장이 가지고 있는 레퍼토리제나 시즌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극장만의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고, 매년 10월 축제 기간에만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이 아닌 상시로 오페라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지난해 수성아트피아에서 개최한 대학오페라축제(AUOF)를 오페라하우스로 가져와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 씨는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해오던 대학오페라축제가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황이어서 대구가 이를 선점해 지역을 넘어서 전국 대학들의 축제로 확대한다면 오페라 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이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대구가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을 봤을 때 분명히 쉽게 무너지지 않을 내공을 확보하고 있다고 본다"며 "오페라하우스와 2개의 오페라 축제, 연중 공연 시스템 등 4가지 시스템을 확보해 이제는 대구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포용하는 오페라 중심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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