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교육청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상담기법을 전수한다며 도내 전 시'군별로 교사들을 모아놓고 '집합 연수'를 진행하고 있어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수백여 명의 교사들을 한자리에 소집해 고작 3, 4시간 진행하는 일회성 연수는 도교육청의 학교폭력 예방활동 실적 쌓기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도내 23개 시'군 교육지원청 주관 아래 해당 지역 전체 초'중'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교원연수회'를 실시하고 있다.
22일 김천, 23~26일 칠곡, 24일 청도'영천'봉화, 25일 예천, 29'30일 구미 순으로 학교 강당, 대학 시청각실, 청소년센터 대강당 등에 200~1천여 명의 교사들을 소집할 예정이다. 31일 예정인 포항의 경우 오전에 중학교 교사 1천100여 명, 오후에 고교 교사 1천300여 명 전체 교사가 참가 대상이다.
현장에선 실효성 없는 연수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교사는 "출석률이 저조하면 해당 학교장'교육장이 문책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연수 참가를 독려하는 실정"이라며 "교사들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하는, 서너 시간짜리 전달식 강의로 청소년 상담 기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라고 지적했다.
웃지 못할 촌극도 있었다. 한 지역의 초교 교사 연수회에서는 3시간짜리 강의가 끝날 때쯤 쉬는 시간에 교사들에게 '포스트 잇' 한 장씩을 나눠주고 각자의 이름을 적어 제출토록 했다. 전날 교사들의 참석률이 저조하자, 출석부에 사인만 하고 돌아가거나, 대신 출석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였던 것.
하지만 '유치하다'는 교사들의 항의 끝에 무산됐다. 연수에 참가한 교사는 "한마디로 코미디 아니냐. 강의가 지루하다고 조는 사람도 많았다"며 "이런 모습을 보면서 도교육청이 학교폭력예방 의지가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씁쓸해했다.
일부 시'군에서는 여름방학 전에 연수 일정을 잡는 바람에 교사들이 연수에 참가하느라 수업 결손까지 빚어졌다는 것.
도 교육청 관계자도 "연수를 분산 개최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강사'연수 장소 섭외가 어렵다. 짧은 시간에 (학교폭력예방) 효과를 높이려면 이런 방법밖에 없다"며 집체식 연수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경북은 최근 1년 새 학교폭력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경북 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작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때 8.93%, 올해 1차 조사 때 2.48%로 모두 전국 평균(8.5%, 2.2%)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대구는 4.73%와 1.02%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3~6월 청도, 포항, 구미, 경산에서 4명의 고교생이 학교폭력 피해나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이어졌다.
전교조 경북지부 관계자는 "일회성 연수가 아니라, 교사들이 1'2학기에 걸쳐 수 회, 다양한 주제를 골라 학교폭력예방 연수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효과가 있다"며 "또 교사들이 정말 상담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학교의 행정 잡무부터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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