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누구라면 알 만한 남성이 동남아 여행 중에 벌인 해프닝 때문입니다. 사건은 현지 호텔 스파에서 일어났지요. 직원이 1회용 속옷을 주면서 탈의실로 안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남성, 어떤 모습으로 탈의실에서 나온 지 아십니까? 팬티를 모자처럼 머리에 쓰고 나타난 것입니다. 당연히 난리가 났지요.
그의 아내는 이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말했습니다. 한국남성들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쓰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얼마나 인색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지요. 평소 스파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던 남편이 이날 모처럼 사치를 부린 게 화근이었다고 덧붙였지요.
한국의 남성들. 특히 50대 후반 남성들은 대개 그렇습니다. 평생 자신을 위해 쇼핑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 본 적 없던 세대들입니다. 오로지 '회사형 인간'으로만 살아온 그들이지요.
소비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들 중년남성의 지갑을 보며 군침을 흘려왔습니다. 마지막 '블루오션'이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그들의 지갑에서 돈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지요. 10년째 구애 중이지만 아직 반응은 시큰둥하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직장과 집만 오가며 살아왔던 남성들이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자신을 위해 사치를 부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물론 중년 이후의 남성들이 예전에 비해 헤어케어나 피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피부과를 찾는 남성들이 많이 늘었고 헤어케어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외의 소비는 아직 미미하다고 합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소비시장에 60대 이상 실버파워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스포츠카에 50대 이상 남성들의 주문이 폭주하고, 일류 셰프의 요리에다 초호화 호텔의 력셔리한 여행상품이 실버세대들에게 인기라고 전합니다. 불황이 닥쳐도 실버들의 돈주머니는 언제든지 열릴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지요.
부럽습니다. 언제쯤이면 우리나라에도 베이비부머들이 소비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과연 그런 날이 오긴 할까요?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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