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개인들의 사회/지그문트 바우만 지음/홍지수 옮김/봄아필 펴냄
모든 것들이 찰나적인 시대.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현대인들은 순간적이고 단편적인 것에만 이끌리고, 일시적이고 유동적인 관계만을 원한다. 폴란드 출신의 지성 지그문트 바우만은 "지금 우리는 '개인들의 사회'라는 최초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가 맺는 관계가 일시적, 한시적인 계약 관계이다 보니 인간은 '우리'라는 공동체에서 벗어나 홀로 떠돌고 방황하는 유목민적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 책은 개인화 사회를 사는 우리의 사고방식, 존재 방식, 행복 방식에 관한 바우만의 성찰이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두 가지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한 가지 위협은 공적 권력이 '좋아 보이는 것'을 입법화하고, 제정한 법을 집행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위협은 공공 이슈와 사적인 문제 간의 소통과 해석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외로운 개인들은 광장을 찾았다가 다른 이들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외로운 개인일 뿐이라는 사실만 깨닫게 된다. 외로운 개인들은 더욱더 분명하고 절실해진 자신의 외로움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미래 민주주의의 문제점이다.
그렇다고 이런 위기를 손 놓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바우만은 "진정으로 자율적인 공적 영역에 도달하려면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활기 넘치는 광장을 통과해야 하며, 그 광장에서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만나 사적인 관심사라는 언어를 공공선이라는 언어로, 또 공공선을 사적인 관심사로 전환하면서 서로 소통하며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힌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세상'으로 굳어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학자를 비롯한 지식인이 앞장서야 한다는 게 바우만의 결론이다. 416쪽, 2만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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