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포, 심리적 착각 아닌 과학

무서운 영화 보거나 체험, 실제로 체온 떨어지고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분비

공포영화를 보거나 공포체험을 하면 정말 시원해질까. 아니면 단순히 심리적인 착각일까.

전문가들은 공포체험은 심리적인 효과 외에 실제 체온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한다. 공포를 체험할 때 몸의 체온이 떨어질 때와 비슷한 과정을 실제 겪는다는 것. 얼마 전 열체험감지기로 공포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체온을 분석한 결과, 영화관람 중 평균 0.7℃ 정도 떨어지는 사실이 방송되기도 했다.

김정범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포와 긴장감을 느끼면 우리 몸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이에 따라 몸의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소화기관에서 근육으로 피가 쏠리며 소화기관의 활동이 줄어들고 에너지 방출을 줄이기 위해 피부의 혈관을 수축시킨다"며 "이 과정에서 근육이 수축해 으스스한 느낌이 나고 땀샘이 자극돼 식은땀이 난다. 식은땀이 증발하면 몸은 더욱 서늘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체온을 낮추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훌륭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평소 생활에서 쌓인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심리학에서는 '잔여긴장'이라고 하는데 공포감은 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정봉교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몸은 공포와 같은 자극을 받으면 아드레날린 등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이때 신체 변화와 함께 짜릿한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공포체험은 신체적 시원함과 더불어 '속 시원함'까지 느끼게 해주므로 무더위를 쫓는 데 효과가 크다"고 했다.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과학적 원리도 숨어 있다. 실제 공포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들어보면 영상이 없어도 공포스럽거나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한 공포음악 제작 전문가는 "공포영화에 삽입되는 음악은 단조를 많이 사용한다. 어두운 느낌을 주는 이들 음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소품들도 훨씬 정교해 사실감(?)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시체 등으로 등장하는 사람형상을 한 더미(dummy)의 경우 특수 실리콘으로 제작하는 만큼 가까이서 봐도 실제 사람과 구분이 힘들 정도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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