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계종 종립학교 사상 첫 비구니 교장, 능인중 아용스님

올해 3월, 조계종 종립학교 사상 첫 비구니 교장이 된 아용 스님. 1991년 능인고 교법사로 일한 이후 만 22년 만에 능인중 교장이 됐다.
올해 3월, 조계종 종립학교 사상 첫 비구니 교장이 된 아용 스님. 1991년 능인고 교법사로 일한 이후 만 22년 만에 능인중 교장이 됐다.

조계종 종립학교 사상 첫 비구니 교장인 된 능인중학교 아용(59) 스님. 정년을 2년여밖에 남겨두지 않았지만 아직도 맑고 싱그러운 기운이 가득하다. 목소리도 카랑카랑하면서 또박또박하다.

비구니 출신 첫 정식 교사, 첫 교장인 아용 스님은 능인학교가 일터이자 수행터다. 1991년 능인고교 교법사로 시작해 만 22년 동안 한결같이 학생들과 함께했다.

아용 스님은 "대학원 졸업 무렵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봤는데,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맡은 주인공 키팅 선생이 가슴에 들어왔다"며 "이후 서울대학교 중등교원양성소(종교학과)에서 유일한 불교학 전공자로 2년간 공부했으며, 능인학교로 온 이후 교법사로서 학생들에게 영혼의 벗이 되어주고자 20여 년간 즐겁게 일해왔다"고 말했다.

능인학교의 수많은 졸업생'재학생들과 즐겁게 보낸 세월은 큰 보람이자 영광으로 다가왔다. 아용 스님과 영혼의 교감을 나눈 제자들은 지금도 명절(설날'추석)이면 집에 찾아오고, 세뱃돈(졸업생 5천원, 재학생 3천원)을 받아간다. 졸업생 중에서 사회적'경제적으로 훌륭하게 된 제자들은 오히려 용채(용돈)을 주고 가기도 한다.

아용 스님은 능인학교 교법사 시절 철저히 학생들과 함께했다. 지금은 없어진 하늘북 서점에서 아이들을 만나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하고, 인근 떡볶이집에서 함께 간식을 즐겼다. 그리고 교무수첩에는 항상 문화상품권이 준비돼 있었다. 수업 중 발표를 잘하거나 모범적인 행동을 보인 학생들에게 주기 위한 즉석선물이었다.

학부모들에게도 아용 스님은 정신적 동반자다. 고3 학부모들이 수능시험을 앞두고 법당에서 기도를 하면, 아용 스님은 마지막 시험시간까지 목탁을 내려놓지 않고 함께 기도한다. 교장이 된 지금은 편안한 여성 종교인 교장으로 다가가 학부모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아용 스님의 개인사도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여고 시절에 장래희망란에 '비구니'라고 적은 것. 문경 점촌에서 중'고교시절을 보낸 스님은 하안거를 시작할 무렵 바랑 메고 먹빛 옷을 입은 스님들을 보면서 출가를 여러 번 다짐했다. 실제 고교 때 2번이나 출가를 시도했지만, 노스님이 '고등학교는 졸업하고 와라'며 집으로 돌아갈 차비도 쥐여주셔서 출가의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또 어머니가 살아생전 출가를 반대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대학 시절에 출가를 했다.

아용 스님의 라이프스토리를 들으니 인생 4기로 크게 구분이 됐다. ▷1기=출가를 하고자 했던 문경 점촌의 특이한 여학생(성철 스님이 김용사에서 수행정진하실 때, 여고생인 아용 스님을 보고 '요놈 봐라! 중이네'라고 했다. 큰스님은 선경지명으로 미래를 본 것일까?) ▷2기=출가 이후 비구니로서의 삶(운문사 승가대학, 동국대 선학과, 서울대 중등교원양성소에서 수행과 함께 공부에 정진) ▷3기=능인학교에서 교법사로서의 삶(1991년 조계종 종립재단 능인고 교법사로 시작해 20여 년 학생들과 함께했다. 그리고 정년을 2년 남겨둔 올해 능인중 교장이 됨)

한번 한다면 하는 초집중력과 인내심을 가진 아용 스님의 4기 인생에 대해 거는 기대가 더 크다. "회향(정년퇴임) 이후에는 '초발심자경문'부터 시작해 '화엄경'까지 경전을 한 번 더 볼까 합니다. 예불 모시면서 반야심경을 독경하다 보면, 지금도 울컥울컥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찬찬히 새기면서 경전에 푹 젖어보고, 그 다음에는 선지식을 찾아다니며 정진할 것을 떠올리면 퇴임 후 인생도 가슴 설렐 정도로 기다려집니다."

아용 스님은 교장이 된 지금, 가끔 갈등을 빚는 일선 교사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전 누구의 편도 아니고요. 바르게 사는 사람 편입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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