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여행과 관광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광은 주로 유명 관광지를 짧은 시간 내에 훑어보거나 사진으로 그곳에 대한 기억을 남기는 정도에 그치는 여행으로 일컬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관광은 단체여행이나 관광회사에서 주선해 가는 게 일반적이고 일정이 빡빡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광을 가는 것은 한 번 여행간 곳을 두 번은 잘 가지 않는 묘한 습관이 있는 탓일지도 모릅니다. 늘 새로운 곳을 다니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보아야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여행이라 하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음미하며, 여행 간 그곳이 좋다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도 있는 자유로움과 디테일이 풍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낯선 곳에서, 뜻밖에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발견한 나무 한 그루, 자연이 이루어낸 묘한 풍경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여행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곳의 자연에 대해 총체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고 관광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긴 해도 개괄적인 느낌은 가지게 될 테니까요.
저는 지난 직장을 대책 없이 그만두고(뭔가 보람 없이 세월을 보내는 게 너무 싫어서였지요) 무작정 여행을 떠났습니다. 해외가 아니라 혼자 떠나는 한국여행이었습니다. 해외여행도 많이 하긴 했지만 우리나라를 먼저 제대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우리나라 전국을 돌아보는 데 한 6개월이면 되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지금의 직장을 얻기까지 1년 4개월여를 여행했고, 아직 한국의 3분의 2도 못 보았습니다. 지금도 주말에는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정처 없이(사실은 새로운 곳이지만) 여행을 갑니다. 왜 주말마다 여행을 가냐고 제게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늘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너무 좋아서지요.
제 여행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은 넓고 세계는 좁더라'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금수강산이라 했는데 저는 이런 말로 표현하지요. '도시를 제외하면 한국의 국립공원은 하나의 국립공원이다'라고요. 그만큼 우리나라 곳곳에는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요.
유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이 나를 키웠다"라고 말할 정도로 유달리 여행을 좋아합니다. 뭔가 대단한 계획을 세워 떠나는 여행이 아닌 아무 계획 없이 배낭 하나 달랑 메고 훌쩍 떠나는 여행을 즐기는 그는 여행이 자신을 눈물 흘리게 하고, 여행이 자신에게 글을 쓰게 한다고 말합니다. 여행을 통해 그의 감성이 살아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글이 태어나는 것이지요.
여행을 종합해서 말하면 '일생 동안 자연을 즐긴 만큼 그에 정비례하여 인생이 풍요롭고 멋있게 살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출세나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이니까요.
태안반도에 가면 신두리 사구라는 곳이 있습니다. 다른 곳보다는 볼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정해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입니다. 조금만 찬찬히 살펴보면 사구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해변에 작은 바다 생물들이 그린 추상화를 볼 수 있고 이런 경관을 카메라에 담다 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게 됩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멋진 장면을 엄청나게 숨겨두고 있는데 우리는 다만 겉만 보고 진수를 못 보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요. 자연을 사귀는 버릇만 만들어 간다면 세상은 훨씬 좋아 보이게 되어 있지요.
저는 또 이렇게 표현을 합니다. '세상만사 흥미를 갖는다면 알려고 하게 될 것이고, 알면 더 잘 보이고, 더 보이면 더 느끼게 되고, 느낄 것이 많으면 멋지고 맛있는 삶이 된다'고.
참고로 제가 찍은 우리나라의 풍경 관련 약 5만 장의 사진이 제 블로그(http://blog. naver.com/insopsong/)에 있으니 감상해 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별 설명이 없어도 보는 연습을 자꾸 하면 자연을 느끼는 방법을 알게 되시지 않을까 합니다.
송인섭/대구테크노파크원장 insopsong@tt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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