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잊지 못할 추억, 아물지 않을 상처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남편과 자식 잃은 슬픔을 잊을 수도, 이길 수도 없습니다. 이제 능소화를 심어 하늘이 정한 운명을 거역하고 우리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봄꽃 지고 다른 꽃 안 필때 능소화는 붉고 큰 꽃망울을 터뜨려 당신을 기다립니다. 꽃 귀한 여름날 그 크고 붉은 꽃을 보시거든 저인 줄 알고 달려와 주세요. 우리는 만났고 헤어지지 않았습니다.'(소설 '능소화' 중에서)
안동시 정하동 귀래정~성희여고 2㎞ 도로변의 '능소화 꽃길'에 심어진 400여 그루의 짙은 주황색빛 능소화가 큰 꽃잎을 활짝 펴 걷기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능소화 꽃길은 지난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 택지조성 때 조선 명종때 사람 이응태(1556~1586)의 묘에서 출토돼 한국판 사랑과 영혼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원이엄마 편지와 미투리'에 얽힌 한 여인의 애틋한 사랑과 가슴 절절한 그리움을 오롯히 담아낸 것.
능소화 꽃길은 둑 아래로 낙동강이 흐르고 도심 풍광이 한눈에 들어와 평소 부부와 가족, 연인들이 산책이나 운동하러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특히 이 주변에는 '400년전 사랑과 영혼'의 주인공인 원이엄마의 애절하고 가슴 저미는 사랑을 알리기 위해 조성한 '원이엄마 동산'과 '귀래정', 원이엄마의 미투리 등을 형상화해 경관다리로 세운 '영가대교'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최현정(37'안동시 정상동) 씨는 "언제부턴가 길섶으로 짙은 주황색빛을 띤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며 "원이엄마가 먼저 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지내던 세월 자신의 무덤에 심어 꽃 피면 남편이 찾아 줄 것을 염원했던 애틋함이 담겨 있다는 얘기를 들으며 여인의 사랑이 얼마나 애절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원이엄마의 편지글'은 영국에 본부를 둔 고고학저널 엔티쿼티 표지글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이를 소재로한 소설 '능소화-4백년전에 부친 편지', 영화 '우리 만난적 있나요', 오페라 '원이엄마'(예술 총감독 안동대 박창근 교수), 무용극 '원이엄마'(안무 안동대 정숙희 교수), 안동호 월령교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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