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와 구 경영진 간에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 와이퍼업체 ㈜캐프에서 새 경영진의 집무실 점거와 노조원들의 조업 중단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 사모펀드회사 IMM프라이빗의 신임 이사진 6명은 28일 오후 6시 40분쯤 경비용역업체 직원 50여 명을 동원해 캐프 상주공장에 진입했다.
◆기습적인 공장 점거
이날 공장 진입은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일요일인데다 특근하던 직원들마저 다 퇴근한 뒤여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다만 공장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 서모(63) 씨가 진입을 저지하다 쓰러져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전날 신고를 받은 경찰병력 2개 중대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출동하기도 했다. 진입에 성공한 IMM 측은 본관과 생산공장으로 진입하는 사무동 출입구에 용역업체 직원들을 배치해 기존 직원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강제진압에 반발한 노조와 직원들이 생산활동을 중단해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구 경영권 사수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캐프노조와 캐프민주노조 300여 명은 29일 오전 8시와 9시 용역직원들의 스크럼을 뚫고 본관과 생산공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진입이 여의치 않자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경영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해 줄 법적 판결이 아직 나지 않은 상태에서 IMM 측 새 경영진과 용역직원들이 회사를 점거하고 있는 것은 직원들에게 혼란과 불안감을 주고 생산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며 "법적판결이 날 때까지 즉각 회사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IMM 측의 강제 진입은 구 경영진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지 75일 만이다. IMM 측은 지난 5월 14일 주주총회를 열고 캐프의 구 경영진을 교체했다. 재무투자자로서 대주주가 된 IMM 측이 권리를 내세워 등기에 등재된 기존 이사진 6명을 전부 교체한 것. 이에 고병헌 전 회장 등 캐프 구 경영진은 법원에 주총 무효 소송과 선임된 이사들의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노조와 구 경영진은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로 회사에 진입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영 정상화 진통 길어질 듯
IMM 측이 회사는 점거했지만 정상적인 생산과 영업 활동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노조는 경영권에 관한 법적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 점거가 계속될 경우 전면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상공계는 "17년간 노하우를 축적한 옛 경영진 체제의 매출 상승은 기대할 만하지만 경영 경험이 없고 협력업체의 외면을 받는 IMM 측 새 경영진 체제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채권자들의 압박을 받고 있는 IMM 측이 주도권 확보차원에서 회사는 점거했지만 직원 장악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총 생산량의 90%를 수출에 의존하는 캐프의 해외영업 노하우까지 챙기기는 어렵다는 것. 이 때문에 해외 바이어들과 약속한 물량을 제때 수송하지 못하는 등 손실이 불가피하고 경영 정상화 일정도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적잖다. 그동안 캐프는 IMM 측과의 치열한 경영권 다툼 속에서도 매출과 생산량이 오히려 증가했다.
고병헌 캐프 전 회장은 "IMM 측이 경영권 분쟁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회사에 강제 진입한 것은 경영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수"라며 "그동안 IMM 측과 지속해온 협상을 중단하고 IMM측의 무리수로 인해 발생된 회사의 손해에 대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상주'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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