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처럼 펄펄 끓어오르는 1천300℃의 용광로. 사시사철 그 앞에서 뜨거운 불과 맞서며 전통 유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방짜 유기공'이다. EBS TV 극한 직업 '신비의 그릇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방짜 유기공'이 31일 오후 10시45분에 방송된다. 식중독과 대장균 등의 세균을 죽이는 해독효과 때문에 '신비의 그릇'으로도 불리는 방짜 유기. 만드는 공정 역시 까다롭고 복잡하다.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용해 작업. 쇳물을 녹이는 시간만 12시간에 달하는 대규모의 공정이다. 한여름 공장 내부를 가득 채운 뜨거운 수증기 속에서, 하루에 녹여야 하는 쇠의 양은 2천kg.
녹이고 붓고 식히고…, 수십 번의 과정 끝에 유기 제작의 기초 재료인 놋쇠가 만들어진다. 단단하고 좋은 그릇을 만들어내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작업은 '메질'(두드림)이다. 단 하나의 물건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메질만 수천 번에 달한다. 그리고 표면을 벗겨내는 '가질'을 통해 회색빛에서 황금빛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방짜 유기. 500년 고유의 전통 빛을 이어가기 위해 오늘도 불 앞에 서는 '방짜 유기공', 그들의 진한 땀을 만나본다.
경상북도 문경의 방짜 유기 공장.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놋쇠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합금 비율은 78 대 22. 이 비율을 어기면 최고의 방짜 유기가 될 수 없다. 쇠를 옮기고, 녹이고, 붓는 작업만 수십 번 반복된다. 850℃ 가마 앞에서 쇠를 달구고 메질하는 작업이 끝도 없이 반복된다. 그런데 그때. 돌연 중단되어버린 작업. 일하던 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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