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을 초토화시킨 적조가 동해안으로 몰려오고 있다. 동해안의 적조띠는 남해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점차 확대되며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동해안 주요 양식장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계속된 폭염의 여파로 1995년 이후 동해를 습격하는 최악의 적조가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물고기의 대량 폐사를 막기 위해 방류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악의 적조 피해 우려=경상북도는 31일 포항'경주'영덕'울진 등 동해안 일대 해역에 내려진 적조주의보를 적조경보로 격상했다. 27일 포항시 구룡포읍 동쪽 5.6㎞ 해역에서 발생한 적조띠는 포항시 청하면과 장기면, 경주시 감포읍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특히 올해는 최악의 적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적조를 막던 냉수대가 폭염으로 일찌감치 잦아들면서 적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이해영 연구원은 "통상 이맘때 동해안은 강한 냉수대로 인해 적조 피해가 없었지만 올해는 계속된 무더위가 냉수대를 빨리 물리쳤다"며 "만약 적조가 남동풍을 만나면 동해안 전체로 적조가 퍼질 수밖에 없으며 1995년에 발생한 최악의 적조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행정 당국은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적조가 아직 동해 먼바다에 나타났기 때문에 연안 양식장들이 피해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황토 살포 등 방제 준비는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물고기 폐사 막을 방법은 방류뿐이지만…=해양 전문가들은 적조로 양식장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하기 전에 방류하는 게 나은 해법이라고 지적한다. 물고기 폐사에 따른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고 연근해의 바다자원 확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해영 연구원은 "물고기는 환경변화가 오면 도망가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죽기 전에만 풀어주면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적조 발생 시 물고기 방류는 바다 환경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방류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어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얼마나 물고기가 폐사할지 예측이 어려운데다 보상금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방류된 양식장 어류가 얼마나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 자료가 없는 점도 걸림돌이다. 어민 김민규(56) 씨는 "방류하면 폐사할 경우만큼 보상이 어렵고 적조가 온다고 해도 양식장 전체 물고기가 몰살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보상금 책정도 어렵다"고 말했다. 어민 최철민(57) 씨는 "물고기를 살리려고 방류했는데 방류하지 않은 다른 양식장 물고기들이 적조 피해를 입지 않을 경우 느낄 상대적인 박탈감과 피해보상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포항시 최만달 수산진흥과장은 "물고기 폐사를 막기 위해 사전에 방류를 결정한다고 해도 보상금 책정이 쉽지 않다"며 "적조로 인한 최악의 상황이 아니고서는 방류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역의 한 해양 전문가는 "폐사된 물고기를 치우는 비용과 환경오염 방지에 따른 기대비용 등을 보상금에 산정해 준다면 방류사업도 어민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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