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키우는 상담뜨락] 배우자는 또 다른 '나'

젊은 시절, 아내 속을 끓이고 우울하게 했던 중년 가장들이 아내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이별 통지를 받고 한 가닥 희망을 구하려고 상담뜨락을 들어선다.

아내의 당찬 역습에 놀라 어떻게 하면 아내를 붙들까 하는 그들의 모습은 슬프기조차 하다. 어찌 보면 그 모습은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받아 오열하는 여인의 모습보다 연약하고, 길을 잃어 엄마를 찾으며 불안에 떨며 우는 어린아이보다 가엾다.

그런데 웬일일까. 이 모습을 지켜보는 필자의 직관에서는 벼랑 끝에 서서 절망하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역으로 '희망의 찬가'가 서서히 울려나오는 듯한 안도감을 느끼게 해 주는 때가 있으니 말이다.

아마 그것은 아내가 학대하는 자신과 융합되어 살아갈 때는 아내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던 남편들이, 아내가 막상 자신에게서부터 '분리'해 가려는 모습을 직면하게 되면 강력한 '유기불안'(버려짐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을 자주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남편들은 필사적으로 배우자를 붙들어 매어 불안에서 평정을 유지하려는 '유아 의존적 퇴행욕구'의 출현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쯤 되면 '이별'을 주장했던 쪽도 쉽게 '이별'을 철회하는 묘한 경우도 많으므로 이들 부부에게 희망적인 대안 제공이 가능하다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필자는 이런 부부의 심리적 현상을 '오목렌즈와 볼록렌즈의 조합'이라 명명하기도 한다. 환상적인 커플이라는 의미이다. 즉, 남편이 자신을 미워하도록 무의식적으로 남편을 자극하는 아내와 아내를 학대함으로써 아내가 자신을 떠나가게 하는 남편의 무의식적 세계에는 서로가 가진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의 실체를 확인시켜 줄 자극적인 상대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왠지 모를 '이끌림과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와 그(그녀)와 결혼했다는 것이다.

'결혼 전 무엇이 좋아 배우자로 선택을 하셨나요'라는 물음에 대하여 그들은 대체로 이렇게 대답한다.

"왠지 모를 매력에 이끌리고 편한 느낌이 좋았어요. 하나 사귄 후엔 그 점이 갈등요소가 되어버렸어요."

'배우자는 나이며 나는 곧 배우자이다.' 결국 이러한 결론이 갈라설 수 없는 '나'라는 부부의 관계회복을 위한 필자의 조언이다.

"배우자 마음의 빚에 대한 원금에 더하여 그 이자까지 상환하라. 그 빚이 탕감될 때, 자유도 함께 열리리라."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