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서(G. Chaucer'1340∼1400)는 셰익스피어 이전의 영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이다. 그는 궁정대신을 비롯한 여러 공직에 있으면서도 틈틈이 작품을 썼다. 그의 작품들은 문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철학으로도 중요시된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들에는 여러 철학적 질문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초서가 47세 때인 1387년에 '캔터베리 이야기'가 저술됐고, 이 작품은 여러 사람들에 의해 국역됐다. 국역본 중에서도 중세영어를 전공한 이동일'이동춘 교수가 공동으로 번역한 책(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간, 2007년)이 널리 읽히고 있다.
많은 영국인들이 1170년에 순교한 토마스 베켓의 유골을 보기 위해 그가 시무했던 캔터베리 대성당으로 순례를 다녔다. 이 작품에는 30여 명의 순례객들이 나눈 24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 책에는 여러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즉 기사, 방앗간 주인, 장원 청지기, 요리사, 법률가, 바쓰의 여장부, 탁발수사, 소환리, 옥스퍼드 서생, 상인, 수습기사, 시골유지, 의사, 면죄부 판매자, 선장, 수녀원장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다양한 직업을 대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 상류층, 중산층, 그리고 하류층에 속해 있다. 이들은 상이한 도덕적 수준들을 보여준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이야기 소재를 선택하였으며 재미와 도덕적 교훈이 담긴 이야기를 하여 일행으로부터 서로 좋은 평가를 얻으려 한다.
이들의 이야기 가운데서도 특별히 주목을 끄는 것은 기사, 방앗간 주인, 탁발수사, 면죄부 판매자, 바쓰의 여장부이다. 이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진솔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삶의 추악하고 음탕한 모습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한다. 문학작품임을 감안하더라도 엄격한 중세사회에서 인생의 추악한 면을 지적한 작가의 용기에 대해 독자들은 놀라게 된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들이 중세사회에 가져올 파장을 예상한 때문인지 마지막에 나오는 본당신부를 통해 작가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참모습을 감동적으로 역설하고 있다. 초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책 말미에 짧은 '초서의 철회'를 덧붙이고 있다. '철회'에서 그는 자신이 쓴 모든 책뿐만 아니라 이 책에 대해서도 '철회한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이 책에는 추악하고 음탕한 이야기들이 있음을 고백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분의 크신 사랑으로 나의 죄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초서가 '철회'를 쓴 동기는 분명하지 않다. 이 책이 출판되기 전에 타계함으로써 그는 종교적 탄압을 받지 않았다.
신득렬 전 계명대 교수 paidei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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