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 스페인의 이사벨 1세 여왕이 '레콘키스타'(실지 회복)를 통해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직후 유대인 추방령을 내렸다. 유대인의 종교가 가톨릭과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유대인의 재산을 빼앗아 공신들에게 나눠주려는 목적도 있었다. 당시 30만여 명의 유대인 중 10만여 명이 종교 박해를 피해 네덜란드, 터키 등으로 떠났다. 그러나 대금업으로 돈줄을 쥐고 있었던 유대인의 이탈은 스페인 경제에 독이 됐다. 스페인은 개척에 나선 신대륙의 금으로 국가 재정을 충당했으나 유대인의 투자에 의존하던 생산 기반이 무너져 적자에 허덕여야 했다.
스페인을 떠난 유대인들은 네덜란드의 전성기를 여는 데 이바지했다. 네덜란드는 과중한 세금 부과에 항거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유대인들의 투자로 동인도회사를 설립, 국제 무역을 통해 번영했다. 유대인들은 포르투갈과 영국 등으로도 이주해 포르투갈의 번영과 영국 금융의 발전에도 한몫했다. 또 세계 2차대전 때에는 나치 독일에서 벗어나려고 미국으로 이주, 미국의 금융을 장악했고 오늘날에는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부는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을 만큼 막강하다. 중세의 유럽인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대금업을 천대해 이교도인 유대인들에게 맡겼던 역사적 배경에다 박해에 시달리며 키웠던 생존 본능과 돈에 대한 특유의 감각이 유대인들의 성공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유대인 못지않게 상술이 뛰어나고 돈을 잘 다루는 민족은 중국인이다. 유대인들이 두뇌를 바탕으로 부를 추구하는 데 비해 중국인들은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한 거래를 중시한다. 장사에는 친구도, 적도 없으며 이익만 있다고 할 정도로 실용적인 면도 두드러진다. 중국이 공산 체제를 그대로 둔 채 개혁'개방을 통해 G2 국가로 성장한 것도 특유의 실용성이 발휘된 결과일 것이다.
돈줄을 쥐게 된 중국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포르투갈,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과 카리브 해의 섬나라들이 이민 문턱을 낮추면서 중국인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와 로스앤젤레스 시 등 미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미국 정부를 찾지 않고 중국을 방문,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차이나 머니'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상황에서 우리도 돈 많은 이웃 국가와 공존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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