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최고 지략가의 인간적 고뇌 생생히 담아

진순신 역사소설 제갈공명/진순신 지음'박희준 옮김/서책 펴냄

진순신(陳舜臣)은 당대 최고의 중국 역사 문학가다. 중국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와 문학을 소재로 한 대중적 글쓰기에서 큰 성공을 거둔 세계적인 명성의 작가다.

진순신은 1924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나 오사카 대학에서 인도어와 페르시아어를 전공했으며, 1961년 '시든 풀뿌리'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소설 십팔사략', '태평천국', '칭기즈칸 일족', '비본 삼국지', '중국 역사 단편집' 등이다. 노아키상, 요미우리 문학상, 요시카와 에이지문학상, 이노우에 아스시 문화상 등 수상 경력만 봐도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저자는 '제갈공명'을 쓰기 위해 중국 현지를 직접 방문했다. 당시 군웅할거 시대의 감동을 다시 불러넣기 위한 현장감 고취를 위한 노력이었다. 철저한 고증과 현장답사를 통해 제갈공명의 인간적인 면까지 끄집어내고 있으며, 정사인 진수의 '삼국지'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 그리고 현대의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는 역사 저술가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역사상 최고의 지략가, 더 나아가 신화적인 존재로까지 추앙받는 제갈공명의 꿈은 영웅이 아니었다. 조조를 참패시킨 적벽대전, 역사에 길이 남을 명문장에 깊은 충절까지 담은 출사표, 최후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오장원의 전투까지. 제갈공명의 생애는 인민의 평안과 행복을 바라는 하늘의 마음 그대로였다.

저자는 역사적 사료들을 근거로 그 역사의 현장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천하의 패권을 놓고 맞붙은 영웅들의 뜨거운 가슴과 열정, 대의를 위해 가정과 우정마저 등져야 했던 인간적인 고뇌도 담고 있다. 특히 냉철한 지략가 제갈공명의 생애와 더불어 난세에 그가 겪은 인간적인 고뇌까지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보면, 제갈공명은 최고의 지략가가 아니라 나라의 비전과 철학을 뿌리내린 이론적 지도자이자 휴머니스트다. 제갈공명의 역사관과 생활 자세, 업무 추진력을 들여다보면, 그는 유비 집단이 아무런 뿌리도 가지지 못한 파촉 땅에서 촉한이라는 국가를 탄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가 다져놓은 기반 위에서 사후에도 그 국가가 30년간 조조가 이끄는 위나라와 대적하며 존속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제갈공명은 한 사람의 현자(賢者)가 존재함으로써 한 국가가 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대로 얘기하면 현자의 부재(不在)는 국가를 쇠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을 옮긴 박희준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일시적인 소일거리나 흥미 위주로 읽히는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인생과 역사의 본질, 역사 속에서의 한 개인의 역할, 역사와 전쟁 그리고 경영의 진로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다룬 인간과 역사와 경영의 서(書)"라고 평가했다. 662쪽, 1만4천800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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