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제작된 폴 뉴먼 출연의 '평결'은 제도와 권력, 그리고 금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프랭크 갈빈'이라는 변호사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전도 유망한 일류변호사였으나 친구의 배반으로 누명을 쓰고 거대 법률회사에서 실직 당한 뒤 알콜 중독자로 전락한 변호사 프랭크. 아침부터 맥주에 생달걀을 넣어 마시는 것이 식사의 전부이고, 장례식에나 찾아다니며 사건을 찾다가 쫓겨나기 일쑤다.
그에게 모처럼 의뢰가 들어오는데 카톨릭계 병원에서 출산을 하던 중 의사의 과실로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된 데보라라는 여인의 소송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여론을 의식한 사제단 측에서는 적당한 금액에 합의를 보려하지만 의뢰인의 완강한 반대와, 병원에서 비참하게 누워있는 피해자를 본 뒤 뭔가 자신도 변해야 한다는 삶의 위기감을 느낀 프랭크의 결단으로 그들은 재판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예상대로 재판과정은 쉽지 않다. 노련한 병원측 변호인단의 작전에 말려 재판은 패배하기 직전까지 몰려간다. 판사도 피고 편이고, 사랑하는 로라(샤로트 람프링)도 피고측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은 스파이다.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증거가 무효로 판단되고 마침내 최종 변론의 시기가 다가온다. 프랭크는 대단한 반전이 아닌 "누구의 마음에도 정의는 있다"고 조용히 연설한다. "하나님께 정의와 진실을 갈구하지만 정의는 없습니다. 있는 자는 이기고 없는 자는 패하며 거짓말에 익숙해갑니다"로 시작하는 폴 뉴먼의 최후 변론은 배심원들의 신앙에 호소하는 장면으로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시드니 루멧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폴 뉴먼과 제임스 메이슨이라는 당대 영국과 미국의 최고 배우가 명연기를 펼쳐 보인 이 작품은 말썽 많은 의료분쟁을 소재로 했다. 세상에 지친 주인공이 참을 수 없는 사회의 타락에 분노해 단호한 행동으로 구원받는다고 하는 미국식 영웅상이 그려진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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