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이 '닭벌'의 줄임말이 아니냐.' '대구경북에서 잡은 닭은 전국을 잡는다.'
대구경북이 닭으로 전국을 제패하고 있다. 치킨 업계에 '지역주의'가 있다면, 대구경북지역은 아마도 최고 강세권에 속할 것이다. 전국 치킨 브랜드 업체 320여 곳 중 50%가 대구경북 출신이기 때문이다. 현재도 대구에 70여 치킨 브랜드 업체가 남아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며 치킨집만 1천917곳에 달한다. 최근 대구에서 전국 최초로 개최한 치맥 페스티벌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치킨 업계 종주도시 '대구'
전국의 '닭집 연보'를 살펴보면, 내로라하는 치킨 브랜드 업체는 모두 대구경북 출신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치킨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곳은 1985년 대구 동구 효목동에 문을 연 '멕시칸'이다. 이후 '멕시카나'와 '페리카나' '스머프' '처갓집 양념통닭' 등이 1980년대 치킨 업계를 뒤흔들었다. 1990년대 혜성처럼 나타나 간장 맛으로 치킨업계를 주름잡았던 '교촌치킨'과 두 마리 치킨 시대를 연 '호식이 두 마리 치킨'도 대구경북에서 시작했다. 2000년대부터는 치킨 브랜드 업체의 '춘추전국시대'라 불릴 만큼 수없이 많은 업체가 대구경북에서 생겨났고 또 사라졌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곳들이 '땅땅치킨' '별별치킨' '치킨파티' 등이다.
지난달 18일부터 나흘 동안 대구경북에서 탄생한 유명 치킨 브랜드 업체가 금의환향하는 축제가 열렸다. 치킨과 맥주를 접목한 '2013 치맥 페스티벌'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것. 이번 페스티벌에는 대구에서 성장한 '교촌치킨'을 비롯한 유명 치킨 브랜드 업체와 '치킨 에너지 주식회사' '세남자 통닭' 등 신생 치킨 업체까지 모두 17개 토종 치킨 브랜드 업체가 참가했다. 첫날에만 전국에서 모여든 5만 명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 이번 축제는 대구가 치킨의 본고장임을 확인시켜준 축제였다.
이번 축제를 기획한 윤병대 한국식품발전협회 사무총장은 "유명 치킨 브랜드 업체 대다수가 대구를 무대로 성장했다는 것은 대구가 치킨업계의 종주도시임을 잘 보여주는 증거"라며 "치킨 종주도시 대구를 알리고 그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축제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닭과 대구와의 역사
대구와 닭과의 인연은 19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7년 제작된 대구시가전도를 살펴보면 조선 3대 시장이었던 서문시장에 닭 전곡(廛谷)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규모도 전체 시장의 3분의 1 크기로 어마어마하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에 따르면 닭 시장은 지난해까지 2지구 뒤편에 있었으며 지금은 사라져 흔적을 찾기 어렵다.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이상규 교수는 "1950년대 초반에는 서문시장 닭전에 가면 모기장같이 생긴 대나무로 만든 어리와 바구니에 담긴 닭이 쭉 나열돼 있었다"며 "장날이 되면 유명한 투계들의 닭싸움이 벌어져 구경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구'경북지역에는 닭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1970년대부터 의성'청도'경산을 중심으로 유명한 양계장이 수두룩했다. 대한양계협회 대구경북도지회에 따르면 현재도 10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양계장은 대구경북 지역에만 10여 곳에 달하며 사육 규모로는 경기도와 충남'전북 다음으로 크다. 계육가공 회사도 1970년대 칠성시장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닭을 재료로 하는 음식 중심가가 본격적으로 대구'경북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칠성시장 청과물 상가 주변으로 닭 내장 볶음집, 수성못 주변 닭발집 그리고 평화시장에는 닭똥집 골목이 만들어졌으며 지금은 닭똥집 골목만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박천호 평화시장 닭똥집 명물거리 상우회장은 "대구가 치킨의 종주도시가 된 이유는 날씨 영향도 있다"며 "유난히 날씨가 덥다 보니 삼계탕, 치킨 등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치킨 산업이 발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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