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내옷' 한땀 한땀, 생명을 생각하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구에 문을 연 배내옷 연구소.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구에 문을 연 배내옷 연구소. '남스 배내' 연구소에는 매주 정기적으로 배내옷 만들기 강의가 열린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네 아이를 잘 키운 한 주부가 배내옷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전국 첫 배내옷 연구소 '남스 배내'(Nam's Bene)를 대구에 열었다. 그 주인공은 남경순(55'여'대구시 수성구 만촌1동) 남스 배내 연구소장이다.

배내옷이란 간단히 말하면,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입는 옷이다. 우리나라의 전통관습에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치는 통과의례 즉 탄생-성년-결혼-장사 등의 의례가 있다. 이러한 의례에는 반드시 의복이 수반되는데 그 중 첫 번째가 배내옷이었다. 세상에 처음 태어나 입는 의복으로 그 상징적인 의미가 큼에도 그동안 그 의미가 희박해지고, 자본주의의 손쉬운 상품에 밀려 배내옷이 점차 퇴색되어가는 시점에 남 소장이 '반기'를 든 것이다.

◆배내옷의 현대적 재탄생, 대구가 본거지

남 소장은 배내옷의 현대적 재탄생의 본거지를 대구로 삼았으며, 올 초 남스 배내 연구소를 만들었다. 더불어 그는 연구소에서 직접 대구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배내옷에 대해 정기적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외부 특강도 자주 나서고 있다. 중국, 동남아 등 해외에도 배내옷을 알리고, 배내옷을 실용적으로 상품화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남 소장은 "우리나라 조선시대 왕실에서도 배내옷의 중요성을 알고, 왕후가 임신하게 되면 태교 때부터 배내옷을 준비했다"며 "배내옷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 아기의 건강을 위한 간절한 바람, 스스로 단정한 몸가짐, 새 생명 탄생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 왕실 궁중 태교의 예시에는 '왕비는 태교를 위해 십장생도 자수를 하거나 장차 태어날 아기에게 입힐 배내옷을 직접 바느질한다'고 나와 있다.

이 배내옷은 한복구성으로 지었으나 깃이 없어서 '무령의', '산의'라고도 하며, 섶(옷깃)도 없는 불완전한 형태라서 눈도 코도 없는 옷이라고도 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그 옛날에는 유아 사망이 빈번했기 때문에 깃도 섶도 없는 이 불완전한 옷은 불완전한 생명을 암시하는 것으로 일정한 시기(100일)까지 경각심을 가지고 잘 보살피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배내옷을 배우는 대구의 주부들

배내옷을 만드는 이도 함부로 짓지 못하게 하였으며, 조선시대 왕실에서도 왕비가 직접 태교를 위해 장차 태어날 아기에게 입힐 배내옷만큼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면서 손수 한 땀 한 땀 직접 바느질을 했다. 이는 배내옷의 손수 제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한 단면이다. 대구에도 남 소장의 깃발 아래 배내옷을 열심히 배우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10월에 태어날 손주를 위해 지금부터 배내옷을 준비 중인 이세현(53'주부) 씨는 "손주를 위해 직접 바느질을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하면서 오히려 제 마음이 편해지고, 모든 일에 집중도 잘 된다"고 좋아했다. 권은미(53'종이숲 공방원장) 씨는 "아기 옷인 배내옷은 순백의 마음으로 힐링의 의미와 함께 선조의 지혜가 담겨 있어 그 순결한 의미를 되새기면서 배내옷 만드는 것을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영자(58'주부) 씨는 "배내옷은 순결의 옷으로 행운과 건강을 가져다주는 상징적인 옷"이라며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혀 새로 만든다면 배내옷에 담긴 그 의미를 되살려 실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 소장의 딸 이상은(28) 씨도 배내옷 중국 진출의 전도사로 나섰다. 이 씨는 "대학 때는 베트남어를 전공해 배내옷의 중국 및 동남아 진출에 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070-7764-2734.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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