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맞춤법에서 가장 까다로우면서 사람들의 거부감이 심한 것이 사이시옷이다. 사이시옷에 대해 맞춤법 규정에는 매우 복잡하게 설명해 놓았는데, 정리를 해 보면 ①합성어일 때, ②우리말+우리말 또는 우리말+한자어일 때, ③뒷단어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ㄴ이 덧날 때 ④여기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쓰는 것 6개에서 사이시옷을 쓴다는 것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해+님'의 경우 '님'이 접사로 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햇님'으로 쓰지 않는다. 수능 문제의 문두에 쓰이는 '위 글'은 한 단어가 아니므로 사이시옷을 쓰지 않았지만, 작년 수능부터 국립국어원에서 한 단어로 보아야 한다 하여 '윗글'로 바뀐 것도 합성어로 인정되느냐와 관련이 되는 것이다.
②의 규정은 판단하기가 매우 힘들다. '전세(傳貰)+집'은 한자어+우리말이기 때문에 '전셋집'으로 쓰지만 '전세+방(房)'은 한자어+한자어이기 때문에 '전셋방'으로 쓰지 않는다. '세(貰)+방(房)'은 한자어+한자어의 결합이지만 ④의 6개에 속하기 때문에 '셋방'으로 쓴다. 그리고 '피자+집'의 경우 '피자'가 외래어이기 때문에 '피자집'으로 쓰지만, '담배, 남포'와 같이 오래된 외래어는 우리말로 인정해서 '남폿불, 담뱃재'와 같이 쓴다. 한자어, 순우리말, 외래어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어원을 알아서 판단을 하라는 것은 매우 가혹한 일이다.
③의 규정도 생각보다 까다로운데 '위+집'은 [위찝]으로 소리가 나기 때문에 '윗집'으로 쓰지만, '위+쪽'이나 '위+층'은 음운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윗쪽, 윗층'으로 쓰지 않는다. 사람들은 일관적으로 편하게 쓰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많이 틀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 규정에 거부감이 강하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는 지명이나 도로명 주소로 바뀌면서 새로 만든 지명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경북댓길(경북대길), 능인곳길(능인고길), 까칫골(까치골), 여웃고개(여우고개), 미아릿고개(미아리고개)' 등과 같이 사용해야 하지만 그렇게 쓰는 곳은 거의 없다. 수학 선생님들은 '최댓값, 대푯값' 이런 말을 문제에 쓸 때마다 늘 투덜거린다. 왜냐하면 '최대, 대표'와 같은 원래의 말을 사이시옷이 너무나 어그러뜨리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보면 99%가 틀리는 맞춤법이라는 게 있다. 사람들은 보통 '막내동생'이라고 쓰고 그대로 읽는데, 정확한 맞춤법은 표준 발음이 [막내똥생]이기 때문에 '막냇동생'으로 적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써 놓고 보면 아무리 보아도 어색하기 그지없다. 대부분의 반응들이 그런 것을 보면 99%가 틀리는 맞춤법이라는 게 빈말은 아닌 듯싶다. 그런데 여기에서 사람들의 국어 실력을 탓하기 전에 한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을 기준으로 삼는 언어 규정에서 99%가 틀린다면 그것은 99%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규정이 잘못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민송기<능인고 교사·chamt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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