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이 모(53·여) 씨는 매달 30만원씩 2년 넘게 적립한 펀드를 최근 환매했다. 이씨는 "목돈 마련을 위해 꾸준히 적립한 돈이지만 지난해 이사하면서 받은 대출금 이자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결국 이 돈으로 대출 원리금 일부를 분할 상환했다.
#. 30대 후반의 직장인 서 모 씨는 3천만원대의 연봉을 받지만 이자를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제2금융권에서 대부업과 카드론 등 모두 5천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어 이자를 갚으려고 또다시 빚을 지는 상황이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가계부채가 1천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말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올해 2분기 가계부채는 역대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말 963조8천억원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6월 말 부동산 취득세 감면종료를 앞두고 주택거래량이 급증하며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실태는
6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규모인 469조9천억원이다. 전월 대비 증가 폭 5조8천억원은 6년 7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처럼 가계 빚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올해 안에 가계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부진에 따른 생계형 대출도 올해 가계부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가계부채 연간 증가액이 50조원 안팎이었던 것에 비춰볼 때 올해도 40조원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도별로 보면 2007년(59조4천억원), 2008년(59조5천억원), 2009년(54조8천억원)에는 가계부채 증가액이 50조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47조6천억원 늘었다.
가계부채 연간 증가액이 60조원을 넘은 경우도 지금까지 세 번 있었다. 2006년(62조3천억원)과 2010년(67조3천억원), 2011년(73조원)이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다 채무자의 부채액 비중이 커졌다"며 "특히 저소득, 하위 신용등급 채무자 비중과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하는 등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서민들 벼랑 끝으로
가계부채가 1천조원에 육박할 만큼 '양'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가계부채의 '질'이다. 저소득·고령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 상환 부담이 큰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3월 현재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가 184%로 2분위(122%), 3분위(130%), 4분위(157%)를 앞지른다.
연령별로는 20대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88%인데 비해 30대는 152%, 40대는 178%, 50대는 207%, 60대 이상은 253%로 나이가 들수록 높아졌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험계약 효력이 상실되거나계약을 해지한 비율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상승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보험료 납부가 어려워 해약하는 서민이 많아졌다는 얘기"라며 "서민으로서는 당장 생활이 어렵거나 목돈이 필요하면 장기투자상품인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해법은
정부는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방위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상품의 비중 확대와 행복기금 지원, 하우스푸어(내집 빈곤층) 채무 재조정, 대부업과 불법 사금융 감독 강화가 핵심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규모, 증가 속도, 금융시스템으로 볼 때 심각한 위기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현재 전체의 14% 수준인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을 2016년 말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고정금리 대출채권 유동화를 지원하고 은행의 장기·고정금리 자금조달 여건 조성을 위해 커버드 본드 도입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대규모로 부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배드 뱅크'(Bad Bank)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을 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서는 규제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서민금융 전담은행'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회복대책과 소득향상대책, 서민금융대책을 다 같이 검토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이 연체까지 고려해 금리를 결정하고 연체 시 채권자와 채무자가 쌍방으로 손실을 분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광준기자'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