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 쎄진' 신종 슈퍼박테리아 출현

기존 항생제에 반응 않고 몸속 다른 균에 내성 전달

기존의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으며, 몸속 다른 균에도 이런 내성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항생제 내성균, 즉 '슈퍼 박테리아'가 국내 13개 병원에서 잇따라 발견됐고, 감염 환자만 63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확인된 내성균이 옮더라도 면역력에 문제가 없는 일반인은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중환자 등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항생제 내성균은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 분해효소 생성 장내세균'(CPE)이다. CPE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중에도 더 위험한 종류로, 항생제를 직접 분해하는 효소를 생성하고, 다른 균주에도 내성을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환자들로부터 나온 CPE의 유전자형을 조사한 결과, 모두 'OXA-232'형이었다.

국내에서는 2011년, 2012년에도 각각 16건, 39건씩 발견 보고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비슷한 시기에 병원 13곳에서 같은 유전형의 CPE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긴 것은 처음이다. 'OXA-232'형의 CPE는 세계적으로 한 건밖에 보고사례가 없는 희귀한 종류다. 이 때문에 최근에 국내로 유입된 뒤 빠른 속도로 여러 병원의 환자들에게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당국의 추적 결과 국내 최초의 균 감염자는 인도에서 작업 중 부상을 당해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사흘 뒤 우리나라 A병원으로 갔다가 다시 B병원으로 옮겼다. 보건당국이 A병원을 조사하자 3명의 'OXA-232'형 CPE 감염자가 확인됐고, 이후 대대적으로 병원 간 이동 경로와 전파 여부를 확인한 결과 60명이 넘는 환자로부터 같은 균이 나왔다.

이번에 발견된 세균은 일반 장내세균처럼 요로감염'폐렴'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병을 일으킨다.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하거나 면역체계가 떨어진 중증 환자들이 감염되기 쉽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이번에 확인된 CPE 감염자 가운데 아직 사망 환자는 없다"며 "면역력만 정상이라면 몸속의 수많은 장내세균처럼 CPE도 병원성을 띠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한편 보건 당국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관계법을 고쳐 현재 몇몇 병원으로부터만 내성균 상황을 보고받는 '표본 감시' 체계에서 모든 의료기관에 반드시 관련 내용을 신고하게 하는 '전수감시' 체계로 바꿀 방침이다. 아울러 한 병원 안에서 내성균이 대규모로 유행할 경우, 즉각 조사할 수 있도록 '병원감염 관리지침'을 보완하고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키워드=슈퍼 박테리아=1928년 페니실린 발견 이후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항생제 내성균(Antimicrobial Resistance'AMR)들이 등장했고, 이에 따라 메티실린 등 더 강한 항생제를 개발했지만 세균도 그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됐다. 1996년 지금까지 개발된 항생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반코마이신에도 내성을 보이는 황색포도상구균(VRSA)이 등장했다. 이처럼 대안으로 개발된 매우 강한 항생제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균주를 통틀어 '슈퍼 박테리아'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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